오피니언 서소문 포럼

[서소문 포럼] 올해 확실한 북핵억지책 마련을

중앙일보

입력 2023.02.24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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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홍 국제외교안보에디터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다. 북한은 지난 20일 청주와 군산 공군기지를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600㎜ 방사포(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전날 한·미가 북한의 지난 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발사에 대응해 F-35A 스텔스 전투기와 B-1B 전략폭격기 등을 동원해 연합공중훈련을 벌인 데 대해 맞대응한 것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우리 군대의 최신형 다연발 정밀공격무기체계로서 적의 작전 비행장당 1문, 4발을 할당해둘 정도의 가공할 위력을 자랑하는 전술핵 공격수단”이라고 위협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SRBM에 탑재할 수 있을 정도로 소형화·경량화한 전술핵 기술을 갖추지 못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이는 시간문제다. 국방부는 지난 22일 국회 정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북한이 ICBM 발사 능력을 모두 보유하고 있으며, 핵폭탄의 소형화·경량화를 위해 올해 중 7차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올해 전술핵 실험 가능
윤 대통령, 동맹 70주년 맞아
미국 확장억제 실효성 높여야
 

지난 18일 평양국제비행장에서 발사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연합뉴스]

국방부는 지난 16일 발표한 ‘2022 국방백서’에서 북한의 핵물질 보유량이 플루토늄 70여㎏과 고농축우라늄(HEU) 상당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북한 플루토늄 보유량은 ‘2020 국방백서’보다 20㎏ 증가한 것이다. 미국 랜드연구소와 아산정책연구원은 북한이 2027년까지 핵무기 200개, ICBM 수십 발과 한반도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핵탄두 탑재 가능한 미사일 수백 발을 보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핵무기를 200개 이상 보유하면 비핵화 협상이 사실상 물 건너간다. 북한이 비핵화가 아닌 핵 군축 협상으로 핵무기를 보유한 채 대북 제재 해제를 얻어내려 할 것이다. 미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은 지난해 12월 보고서에서 “북한은 억지력을 넘어 실행 가능한 전쟁·전투 전략으로 핵 역량을 개발하는 과정에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의 핵 능력이 고도화되며 국민 불안은 가중되고 있다. 최종현학술원이 최근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6.6%가 한국의 독자 핵 개발을 지지했다. 미국이 한반도 유사시 핵 억지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한 비율이 51.3%, ‘그렇지 않다’고 답한 비율이 48.7%였다. 북한이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한반도 유사시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허용하지 않는 한 한국의 독자 핵 개발은 거의 불가능하다. 미국의 승인 없이 핵 개발에 나섰다간 국제 제재 등으로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엄청난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국과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은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를 강화해 북핵 대응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미국의 한국 방위 및 확장억제 공약이 철통 같다며, 올해 개최될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등을 통해 확장억제의 실효성을 높일 방침이다. 확장억제가 북한 핵·미사일을 효과적으로 억지하고 국민 불안을 해소할 수 있다면 한국으로서는 나쁘지 않은 방안이라 할 수 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받는 일본은 미국의 확장억제를 신뢰하고 있다.
 
한·미는 오는 10월 동맹 70주년을 맞는다.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동맹의 하나로 꼽히는 한·미 동맹은 한국의 안보와 번영을 뒷받침해 왔다. 올해 동맹 70주년을 맞아 윤석열 대통령은 다양한 계기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날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윤 대통령이 오는 4월 하순 미국을 국빈 방문하는 문제가 협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생존이 걸린 북핵 대응은 최우선 의제가 될 것이다.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미국의 확장억제를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이와 함께 미국의 사전 동의가 있어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와 우라늄 20% 미만 저농축을 할 수 있게 한 한·미 원자력협정도 현실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
 
한국은 이제 70년 전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된 가난한 나라가 아니다. 세계 10위권 경제력과 과학기술력에 걸맞게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는 당사자가 될 필요가 있다. 윤 대통령이 주창한 글로벌 중추국가(GPS)는 한반도뿐 아니라 동아시아와 글로벌 무대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핵심 가치를 지키고 ‘같은 생각’을 가진 국가들과 연대해 행동할 때 실현될 수 있다. 한국이 제 역할을 하려면 올해 북핵 억지력을 확고히 다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