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23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은 ICBM 비행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으나, 탄두 재진입 기술은 검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군은 전날 국회 정보위원회에서도 같은 입장을 보고했다. 북한이 아직 재진입 기술까지는 확보하지 못했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는 취지다.
ICBM의 재진입 기술은 탄두부가 표적에 탄착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발사체가 대기권에 다시 들어올 때 섭씨 1만도에 가까운 고온에서도 문제없이 비행해야 설정한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군 당국은 현재 북한이 ICBM의 장거리 비행 기술과 자세제어, 유도조종 등 기술은 확보했지만, 최종 단계인 대기권 재진입 기술 확보까지는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해외 전문가들의 판단은 군의 판단과 다소 차이가 난다.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 프로그램 소장은 지난 21일 “ICBM을 만든 나라 중 재진입체를 확보하지 못한 나라는 없고, 북한이 이미 2016년 재진입체 지상 시험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재진입체가 고각 발사에서 살아남는다면 정상적인 궤도의 시험에서도 생존할 가능성이 높다”고도 했다.
독일 ST애널리틱스의 미사일 전문가 마커스 실러 박사도 “북한이 재진입 기술의 기본적 역량을 갖췄다고 본다”며 “북한 ICBM은 매우 커 ‘열 차폐막(Heat Shield)’의 무게가 1~2t이 돼도 괜찮다. 열을 견디는 데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플라즈마 시설은 미사일의 대기권 재진입 때를 상정해 플라즈마를 쏘면서 탄두 표면이 깎여 나가는 삭마(削磨·Sharpening) 현상을 시험하는 장치다. 재진입 상황에 탄두 표면이 얼마나 고르게 깎이는지를 확인하면서 관련 기술을 확보해나가려면 이 시설이 필요하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설비를 갖추려면 해외 수입이 필수적인 데다 전기도 많이 들어가 북한이 갖추기 어려운 시설”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 18일 화성-15형 낙하 당시 일본에서 포착된 영상에서도 재진입 실패 정황이 드러났다. 발사체가 떨어지는 장면을 보면 탄두부가 대기권 재진입에 실패해 두 쪽으로 갈라진 것으로 판단됐다. 화염이 지속적으로 관찰되지 않고 곧 꺼지는 점도 실패를 뒷받침했다. 재진입 기술이 성공이라면 탄두부의 불꽃이 꾸준히 이어지면서 안정적으로 낙하해야 한다.
재진입 기술이 성공해 탄두부가 보낸 정보를 수신했다는 김 부부장의 주장에 대해서도 군 당국은 “동해에 떨어졌기 때문에 지상에서도 탐지 레이더 등으로 수신할 수 있는 범위”라고 반박한 바 있다. 탄착 정보를 탄두부의 텔레메트리(원격 수신장비) 등으로 실시간 수신한 게 아니라 낙하 후 지상 레이더로 수집한 것 아니냐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