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언제나 ‘키’였다. 배구는 높이 싸움인데, 그는 늘 또래 선수들보다 한 뼘 이상 작았다. 중학교 땐 “레슬링이나 유도 같은 운동을 하는 게 어떠냐”는 권유도 받았다. 그래도 배구가 좋아 이를 악물고 버텼다. 키 크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음식도 닥치는 대로 먹었다.
그래도 키가 자라진 않았다. 배구로 대학까지 진학했지만, 끝내 1m75㎝에서 성장이 멈췄다. 어쩔 수 없이 ‘배구를 그만둬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 뜻밖의 행운이 찾아왔다. 수비 전문 포지션인 리베로 제도가 도입됐다. 레프트 공격수였던 그는 ‘생존’을 위해 포지션을 바꿨다. 처음엔 공격수 뒤에서 공을 받기만 하는 게 재미 없었지만, 날이 갈수록 ‘수비의 희열’을 느끼게 됐다.
여오현의 배구인생은 그렇게 ‘리베로’라는 포지션을 만나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그리고 그는 45세가 된 올해 V리그 역사에 가장 의미 있는 이정표를 세웠다.
지난 21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와의 홈 경기에서 정규리그 통산 600번째 경기에 출전했다. 프로배구 원년인 2005년부터 한 해도 빠지지 않고 매 시즌 20경기 이상 코트를 지킨 결과다. 포스트시즌(75경기)과 컵대회(55경기)까지 더하면 프로 출장 경기 수가 730게임에 이른다.
여오현의 활약 속에 현대캐피탈도 날개를 달았다. 이날 우리카드를 세트스코어 3-0으로 제압하면서 승점 61(20승 10패)을 쌓아 1위로 올라섰다. 시즌 내내 선두를 달리던 대한항공(20승 9패·승점 59)을 마침내 2위로 밀어냈다. 오레올 까메호-전광인-허수봉 삼각편대의 위력이 절정에 달했고, 든든한 베테랑 여오현이 적재적소에서 수비의 안정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 시즌 최하위 팀의 눈부신 반란이다.
여오현은 이미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9차례나 경험했다. 올 시즌 현대캐피탈이 챔프전에서 우승하면 10번을 꽉 채운다. 그는 “부모님이 건강하게 낳아주셨고, 선수 생활 내내 수술을 한 번도 받지 않는 행운에다 노력을 더해 여기까지 왔다. 팀에 내가 필요하다면 힘 닿는 데까지 코트에서 뛰고 싶다”며 “무엇보다 챔프전 우승 10번을 채우고 싶은 게 내 욕심이다. 리시브 하나라도 더 잘 받아서 후배들이 우승하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여오현은
● 생년월일=1978년 9월 2일 (45세)
● 소속팀=현대캐피탈
● 포지션=플레잉 코치(리베로)
● 신체조건=키 1m75㎝, 몸무게 71㎏
● 출신교=대전 유성초-대전중앙중-대전중앙고-홍익대
● 경력=2000년 삼성화재 입단-2013년 현대캐피탈 이적-2015년 현대캐피탈 플레잉코치
● 주요 수상경력=2005~2006, 2006~2007, 2009~2010 V리그 수비상
2014~2015, 2015~2016 V리그 베스트 7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남자배구 동메달
● 소속팀=현대캐피탈
● 포지션=플레잉 코치(리베로)
● 신체조건=키 1m75㎝, 몸무게 71㎏
● 출신교=대전 유성초-대전중앙중-대전중앙고-홍익대
● 경력=2000년 삼성화재 입단-2013년 현대캐피탈 이적-2015년 현대캐피탈 플레잉코치
● 주요 수상경력=2005~2006, 2006~2007, 2009~2010 V리그 수비상
2014~2015, 2015~2016 V리그 베스트 7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남자배구 동메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