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천군은 KAEMS에서 보잉737 기종의 정비 보조, 내·외부 세척과 점검을 맡았다. 의자를 뜯어내거나 창문을 고쳐 달고 비상구의 안전을 점검하며 오래 사용한 비행기를 새것으로 만들었다. 서울의 고교 3학년생 못지않은 강행군이었다. 매일 오전 6시에 일어나 학교 기숙사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사천 KAEMS 본사로 출근했다. 항공고 졸업생 절반 가량이 선택하는 부사관이 될까 고민했던 천군은 실습 후 인생 항로를 항공정비사로 변경했다.
여름에 흘린 땀은 대학 합격통지서로 돌아왔다. KAEMS와 함께 혁신지구 사업에 참여한 남해대의 수시모집에 지원해 3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뚫었다. 현장 실습 프로그램에 참여해 가산점을 받은 게 도움이 됐다. 천군은 “대학에 다니면서 자격증과 (정비사 작업에 필요한)영어 공부를 착실히 해서 좋은 정비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고졸 지역 인재를 키워라”…교육청-지자체 손 잡고 취업·정주 돕는다
교육부의 지원금(약 100억원)은 직업계고·대학·기업이 함께 공동 교육과정과 현장실습, 취업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지구(지역교육청-지방자치단체 연합체)를 거쳐 사업 참여 직업계 고교나 대학에 지급된다. 올해는 광역단체 중 전북이, 기초단체 중엔 충남 당진시 등 2개 지구가 신규로 선정돼 총 12개 지구가 사업을 진행한다.
항공정비사, 호텔리어…맞춤형 교육과 취업
각 지구는 지난 3년간 다양한 방법으로 고졸 인재 양성에 주력했다. 부산시는 관광업 등 지역 대표 산업 분야에서 일할 고졸자 양성 트랙을 특화했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시가 전략적으로 키우는 4개 분야(스마트제조, 글로벌관광, 금융경영정보서비스, 라이프케어) 관련 직업계고 학생 100명을 뽑아 이들의 취업과 대학 진학을 도왔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글로벌관광 분야에 선발된 25명의 학생들이 파라다이스, 그랜드하얏트 등 지역의 대표 호텔에 취직하고 경남정보대 호텔조리학과에 진학해 호텔리어의 꿈을 키우게 된다.
대구시는 일·학습 병행 제도를 적극 활용한 경우다. 지난해 의료기기 업체 메가젠임플란트 취업과 대구보건대 치기공학과 합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송다영양(대구 과학기술고 졸업)은 “보건대 교수님들이 학교 입학 전부터 직접 회사로 찾아와 직업 교육을 해주셨다. 다음달부터는 평일엔 온라인 강의, 주말엔 대면 실습강의를 들으며 취업과 공부를 병행하게 된다”고 말했다. 송양을 선발한 정효경 대구보건대 교수(치기공학과장)는 “학생은 커리어에 도움되는 공부를 할 수 있고 학교는 맞춤형 인재를 뽑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사업 시작 때 참여한 직업계 고교 1·2학년 학생들이 취업이나 대학에 진학하는 첫해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역 인재를 키우는 게 지역을 발전시키는 일이다. 함께 성장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