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목관’ 앙상블 조성현·함경 “바로크의 매력 보여드릴게요”

중앙일보

입력 2023.02.21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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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5월 5일 함께 무대에 서는 플루티스트 조성현(왼쪽)과 오보이스트 함경. [사진 파이플랜스]

플루트와 오보에는 오케스트라 음색의 키를 쥔 목관악기다.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경우, 엠마누엘 파후드(플루트 수석)와 알브레히트 마이어(오보에 수석)가 그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에는 플루티스트 조성현(32)과 오보이스트 함경(30)이 있다. 예원학교, 카라얀 아카데미(베를린 필 인턴십 프로그램),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 목관 5중주단 바이츠 퀸텟 등을 공통으로 거친 두 사람은 K-목관을 빛내는 연주자다.
 
조성현은 쾰른 귀르체니히 오케스트라 종신 플루트 수석을 지냈고, 현재 연세대 조교수다. 함경은 하노버 오페라, 네덜란드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를 거쳐 현재 핀란드 방송교향악단 종신 제1수석단원이다. 두 사람은 5월 5일 오후 5시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리는 ‘백 투 더 베이직’ 공연에서 한 무대에 선다.
 
조성현은 8세 때 엠마누엘 파후드 내한공연을 보고 플루트를 시작했다. 함경은 초등학교 때 리코더에 흥미와 재능을 보이다가 오보이스트인 아버지를 따라 오보에로 옮겨갔다. 목관악기의 매력에 대해 조성현은 “숨을 불어넣어서 소리내기에 가장 솔직한 악기”라고, 함경은 “꾸밈없이 연주자의 음악성과 내면을 전달할 수 있는 점”이라고 답했다. 기억에 남는 연주로 조성현은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 시절 플루트 수석으로 연주한 바흐 요한수난곡”을, 함경은 “베르나르트 하이팅크 지휘로 연주했던 브루크너 교향곡 7번”을 꼽았다.
 
이번 공연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못지않게 뛰어났던 그의 두 아들, 빌헬름 프리데만과 카를 필립 엠마누엘 작품이 중심이다. 여기에 헨델과 비발디 등 바로크 시대 작품을 더한다. 조성현은 “카페 음악이라 불려도 될 만큼 편안하고 단순하며, 시대를 초월한 바로크 음악의 매력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바흐 아들들 작품을 고른 건 거장 플루티스트 볼프강 슐츠와 한스외르크 쉘렌베르거의 듀오 음반 영향이다. 함경은 “바로크 시대의 숨은 진주 같은 작곡가들”이라며 “공연의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카를 필립 엠마누엘 바흐의 트리오 소나타 두 곡은 모두 단조의 슬픔 안에서 희망을 품은, 아름다운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공연에는 바이츠 퀸텟의 바수니스트 리에 코야마, 하프시코드 연주자 아렌트 흐로스펠트도 함께한다.
 
두 사람은 서로를 어떻게 평가할까. 조성현은 “(함경은) 모든 관악 연주자들이 닮고 싶어하는 섬세하고도 흔들림 없는 연주자”라고, 함경은 “(조성현은)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플루티스트이자 음색 자체만으로 음악적인 서사를 만들어낼 수 있는 독보적인 연주자”라고 서로 칭찬했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관악이 현악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조성현은 “세계적인 한국 관악주자들이 설 수 있는 국내 무대도 늘어야 한다”며 “학생들이 (학교의) 외부에서 경험할 수 있는 무대나 페스티벌, 연주단체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함경은 “음악도 언어와 마찬가지로 다양하고 많은 음악과 연주를 접하고 듣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