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의원은 “생명을 지키는 문제에 여야와 이념, 정치가 있을 수 없다. 귀 좀 열어주시고, 덮어두고 반대하지 마시고 맞짱토론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가 왜 있습니까. 목소리 큰 사람만 대변하는 곳 아니지 않습니까.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 없는 그 아기들을 위해서 국회가 있는 것 아닌가요”라고 반문했다.
보호출산제에 대한 찬반을 넘어서, 여당 의원의 호소에 야당이 “함께하겠다”고 호응하는 장면이 반갑고도 낯설었다. 이날 본회의장 밖에선 이 장관 탄핵안 가결에 대해 여야와 대통령실이 날 선 공방을 주고받고 있었다. 대통령실은 “의회주의 포기”라며 국회를 비난했고, 여야는 “민주당의 반헌법적 폭거, 정치 쇼”(국민의힘), “윤석열 정부는 헌정사에 가장 부끄러운 실패한 정부”(민주당)라고 충돌했다. 대정부질문에서도 야당은 법무부 장관에게 “왜 이리 깐족대나”라고 비아냥댔고, 법무부 장관 수사지휘권 폐지를 대선공약으로 내세웠던 여당은 장관에게 “야당 대표를 구속수사하라”고 언성을 높였다.
얼마 전 보도된 한 신년 여론조사에서 국민 10명 중 4명은 정치성향이 다른 사람과 ‘밥도 먹기 싫다’고 답했다고 한다. 15일 열린 정치·학계 원로의 정치개혁 토론회에서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최근 정치 갈등을 “정서적 내전 상태”라고 표현했다. 정치부 기자인 나도 일조한 면이 있어 부끄럽다. 국민의힘을 출입할 때는 야당 대표를, 민주당을 출입하면서는 대통령을 ‘절대악’으로 몰아붙이는 양당 지도부의 원색적인 발언을 기사에 충실히 실었다.
그래서 8일 마이크가 꺼진 본회의장 장면을 칼럼에 남기고 싶어졌다. 사실 국회에서도 가끔 진심은 통한다. 그런 진심이 오가는 모습이 계속 늘어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