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 먼바다 거문도에서 낚시하고 사는 소설가 한창훈은 삼치회를 먹으며 “한 번도 못 먹어봤다는 말은 한 번도 못 가봤다는 말보다 더 불쌍하다”고 말한 바 있다. 유난히 모질었던 겨울이 가고 있다. 우리 더는 불쌍해지지 말자.
귀족 조개 - 새조개(홍성 남당항)
남당항의 새조개 어획량은 2003년 1156톤으로 정점을 찍은 뒤 줄곧 내리막이었다. 남획과 해양 오염으로 2012년부터 한동안 씨가 말랐다. 충청남도에서 치패 방류 사업을 벌인 결과, 2020년부터 어획량이 늘었고 지난해에는 약 75톤을 거뒀다.
남당항 새조개 축제는 1월 14일 시작됐다. 공연이나 불꽃놀이 같은 행사는 1월 31일 끝났지만, 새조개를 통일된 가격(식당 기준 1㎏ 8만원)에 판매하는 축제는 3월 31일까지 이어진다. 남당항에서는 새조개를 샤부샤부로 먹는다. 배추·미나리·바지락 등을 넣은 육수에 새조개를 5초 담갔다가 먹는다.
정상운 남당항 어촌계장은 “새조개는 12월부터 수확하는데 지금이 가장 맛있을 때”라며 “2월 셋째 주부터는 생산량이 늘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임금의 굴젓 - 갯굴(충남 서산)
간월도 사람들은 어리굴젓의 맛은 소금과 고춧가루도 중요하지만 굴 자체의 맛이 결정적이라고 말한다. 김덕환 간월도 어촌계장은 “남해안이나 다른 지역의 굴은 향이 약하고 육질이 연해 숙성하면 흐물흐물해진다”며 “생굴이나 굴젓만큼은 간월도 굴 맛을 따라올 수 없다”고 말했다.
간월도 앞바다에서 캔 굴은 99% 어리굴젓용으로 쓴다. 간월도 식당에서 파는 영양 굴밥이나 굴전에 들어가는 굴은 대부분 남해안에서 가져온 것들이다. 간월도 굴은 비싸고 물량도 부족하다. 그래도 굴무침이나 굴물회에 들어가는 생굴은 간월도 굴을 쓴다.
굴물회가 별미다. 관광객용으로 개발한 음식일까 싶었는데 아니었다. 굴 따는 일을 하는 김민규(81)씨는 “아주 옛날부터 고춧가루와 식초를 풀어서 물회를 만들어 먹었다”며 “굴밥이나 굴전 같은 음식도 대대로 먹던 음식”이라고 말했다.
큰놈이 왕 - 방어(제주도 모슬포)
방어하면 떠오르는 고장이 제주도다. 제주도 남서쪽 모서리 서귀포 모슬포항이 방어 최대 집산지다. 모슬포는 방어 미끼로 쓰이는 자리돔의 주 생산지로, 마라도와 관탈도(추자도와 제주도 사이 무인도) 앞바다에서 방어를 잡은 고깃배들이 아침마다 모여든다.
모슬포 수협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잡아들인 방어가 대략 3만 마리에 육박한다. 위판장에서는 요즘 특방어(8㎏ 이상)가 13만원대, 대방어(4㎏ 이상)가 6만~7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모슬포 수협 관계자는 “작년보다 어획량이 많지 않아 가격이 다소 뛰었다”고 말했다. 방어도 큰놈이 왕이다. 몸집이 클수록 지방 함량이 많아져 맛도 훌륭하고 식감도 부드럽다.
모슬포항 앞에 방어를 다루는 횟집이 모여 있는데, 상차림은 대개 비슷하다. 2~3인분 이상을 주문하면 방어회와 함께 방어전·방어회무침·방어지리 등이 상에 오른다. 회는 뱃살·사잇살·등살·꼬릿살 등으로 분리해 올리는데, 비교하며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치명적인 유혹 - 복어(강원도 강릉)
복어는 한반도 전 해안에서 두루 잡힌다. 부산·통영·목포 등 복어로 이름난 고장도 여럿 있다. 동해안에서는 강릉 주문진이 복어 최대 주산지로 통한다. 가까운 주문진 앞바다부터 먼 울릉도·독도 근해까지 나가 복어를 잡아들인다. 등이 검고 가슴에 황색 띠를 두른 밀복(검복·사진)이 가장 많이 잡힌다. 회로도 먹고, 복국으로도 먹는다. “복어는 성미가 급해 뭍으로 나오면 금세 죽기 때문에 배 위에서 바로 경매를 진행하고, 곧장 활어차에 실어 식당으로 나른다”고 주문진항 홍정현 중매인은 말했다.
복어는 회나 탕뿐 아니라 수육·죽·튀김·껍질무침 등 다양한 형태로 먹는다. 미나리와 마늘을 듬뿍 넣고 맑게 끓여 먹는 복국은 추위에 언 몸을 단번에 풀어주는 겨울 음식이자, 최고의 해장 음식이다.
회부터 먹는다 - 삼치(전남 여수)
삼치 맛도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 삼치는 회가 제일 맛있다. 삼치도 회로 먹느냐고? 저런, 삼치는 회부터 먹는다. 회로 배를 채우고 남으면, 굽거나 끓여서 먹는다.
삼치회는 뭉텅뭉텅 크게 자른다. 살이 부드러워서다. 삼치회는 양념간장에 찍어 먹는다. 돌김이나 묵은김치에 밥을 담은 다음 양념간장 적신 삼치회를 올려 먹기도 한다. 삼치회가 익숙하지 않은 이유는, 산지 아니면 먹기 힘들어서다. 삼치는 깊은 바다에서 살아서 뭍에 올라오면 바로 죽는다. 맛은, 입에서 살살 녹는다. 기름지고 부드러운데, 참치 뱃살보다는 식감이 살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