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측근들의 ‘유동규 숨기기’ 시도
검찰에 따르면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은 압수수색 직전인 새벽 5시쯤부터 통신 기록이 남지 않는 텔레그램으로 전화를 걸었다. 유 전 본부장이 받지 않자 정 전 실장은 “안 좋은 마음먹지 말고 통화하자, 동규야”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오전 8시쯤 정 전 실장과 아이폰 영상통화를 한 뒤 유 전 본부장은 휴대전화를 오피스텔 창밖으로 던졌다. 최근에서야 유 전 본부장은 “정진상 실장이 ‘휴대전화를 버리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당시 정 전 실장은 “우리는 모르는 척하고 (대통령) 선거를 밀어붙일 테니 그렇게 알고 있어라”고도 했다고 한다.
이 대표의 또 다른 최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도 유 전 본부장에 신경을 썼다. 압수수색 전날 오후 11시쯤 먼저 전화를 걸어 5분 17초간 통화했다. 김 부원장은 검찰 출석을 앞둔 유 전 본부장에게 “태백산맥으로 가서 열흘 정도 숨어 지내라”“쓰레기라도 먹고 배탈로 병원에 입원해라”는 등 조사에 협조하지 말 것을 종용했다. 정 전 실장과 김 전 부원장의 증거인멸 정황은 이후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의 근거가 됐다.
유동규의 변심… “이 세계에 그런 것 없더라” 이재명 저격
대장동 일당 중 사업을 설계한 남욱 변호사는 미국에 체류하다 2021년 10월 19일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귀국했다. 당시 그는 “이재명 대표와 모르는 사이”라며 의혹을 부인했었다. 하지만 그도 유 전 본부장과 비슷한 시기 이 대표를 겨냥한 발언을 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남 변호사는 구속 만료 후 첫 재판에서 “천화동인 1호 지분에 이재명 측 지분이 있다고 2015년부터 인지했다. (귀국 당시엔) 선거도 있었고 개인적으로 겁이 났다”고 말했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를 비롯한 대장동 일당의 적극적인 진술을 토대로 이 대표 선거캠프의 불법정치자금 수수 의혹 등으로 수사를 확대했다.
김만배만 ‘이재명 의혹’에 입 닫아
이에 대해 김씨 측은 “출혈이 심각했고 수술도 받았다. 강압적인 검찰 수사에 압박을 느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이 대표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 “나는 모르는 일”이라거나 “사실이 아니다”라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검찰은 올해 들어 두 차례 이 대표 소환조사를 진행했다. 이 대표는 소환이 가시화되자 “민생을 챙기기도 바쁜데, 정치적 의도를 가진 검찰이 나를 억지 수사하려 한다”며 여론전에 주력했다. 이 대표에 불리한 진술을 한 대장동 일당에 대해선 “검찰에 포획된 대장동 관련자들의 번복된 진술”이라며 증거 능력을 폄하했다. 이른바 ‘검찰 패싱’ 전략으로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한 뒤 재판에서 적극 의견을 개진하며 혐의를 부인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