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시각)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된 두 개의 논문에 따르면, 13명의 미국·영국 과학자들로 구성된 국제공동연구팀은 2019년 말부터 2020년 초까지 남극 서부에 있는 스웨이츠 빙하의 가장자리 지점에서 뜨거운 물을 이용해 600m의 깊은 구멍을 뚫었다. 그리고 그 구멍 아래로 해저 탐사 로봇 ‘아이스핀(Icefin)’을 내려보냈다. 기후변화가 빙하와 바다가 만나는 지점, 즉 빙붕(Ice shelf, 바다에 떠 있는 얼음 덩어리)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기 위해서다. 빙붕은 남극 대륙으로 접근하는 따듯한 물의 흐름을 막아 남극 대륙을 차갑게 유지해주는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또 빙붕 아래의 평평한 부분이 해마다 2m에서 5.4m씩 녹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과거 모델링을 통해 예측한 것보다 느린 속도다. 연구팀은 빙붕과 바다 사이에 더 차가운 물 층이 엷게 깔리면서 얼음이 녹는 것이 억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남극의 병뚜껑…“붕괴 시 해수면 3m 상승”
실제로 위성 조사 결과, 이 빙하는 1990년대 후반부터 14㎞ 가까이 후퇴하면서 따뜻한 바닷물에 더 많은 얼음 부분이 노출되는 등 점차 기후변화에 취약해지고 있다. 또, 해마다 이 빙하에서 수십억t(톤)의 얼음이 녹아 바다로 유입되고 있으며, 연간 해수면 상승분의 4%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스웨이츠 빙하가 붕괴하면 지구 해수면이 65㎝가량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스웨이츠 빙하의 붕괴가 더 위험한 건 이 빙하가 서남극 지역을 둘러싼 얼음층을 보호하는 ‘병뚜껑’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웨이츠 빙하가 없어지면 병 속에 담긴 내용물, 즉 서남극 빙상이 밖으로 흘러나오면서 해수면을 3m 더 높일 수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도 14일 유엔안보리의 해수면 상승에 대한 회의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은) 특히 저지대 해안에 사는 9억 명 정도에게 심각한 위험이 될 것”이라며 “저지대 공동체나 나라 전체가 영원히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