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수억 명이 AI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에 빠진 지금이 어쩌면 ‘슘페터 모먼트’일지도 모른다. 낡은 과거가 도태되고, 사회 구조의 질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창조적 파괴’의 순간.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이런 역동적인 변화를 주도하는 기업가와 기업가정신을 자본주의의 핵심 동력으로 봤다. 슘페터의 렌즈로 보니 챗GPT의 바탕이 된 ‘경쟁 생태계’에 눈길이 간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쟁 레이스를 도발한 건 스타트업 오픈AI다. 이 회사 창업자인 샘 알트만은 구글 등이 그동안 ‘책임’을 이유로 비공개에 부쳐둔 대화형 AI를 대중에 과감히 공개한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곧 일어날 미래에 대해 사람들이 직접 느끼고, 이해하고, 씨름하는 일을 (사회가) 시작하도록 하기 위해.”(포브스 2월 3일자)
이런 움직임이 지구 전체의 생산성 확대로, 개인의 자유를 더 키우는 창조적 파괴로 발전할 것인지 아직은 모르겠다. 구글이 순식간에 ‘낡은 기업’이 돼버린 것 같지만, 그거야 구글 사정이고. 실리콘밸리의 벤처자본과 빅테크끼리의 경쟁, 그들끼리의 파티가 될 우려에서다. 벤처캐티털 조사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내 생성AI 스타트업 78곳에 13억7000억 달러가 몰렸다고 한다. 정보와 기술이 실리콘밸리로 더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얼마 전 한국 대통령이 챗GPT에게 연설문을 써보게 했더니 잘 쓰더라며, 공무원들에게 업무 효율을 높이는 데 쓰도록 검토하라고 했다고 한다. 여야 의원들도 앞다퉈 챗GPT를 얘기한다. 신기하고 놀라운 마음이야 알겠지만, 지금이 슘페터 모먼트라면 참 아쉬운 메시지들이다. 혁신 경쟁을 촉진할 환경을 어떻게 조성할지 이 정부에서 누군가는 구상하고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