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은 충남 서산 출신으로 서울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1985년부터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로 후학을 양성했으며 한국사연구회장, 국사편찬위원회 위원,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서울대 인문대학장, 이화여대 석좌교수 겸 이화학술원장 등을 역임했다. 1992년부터 1996년까지 서울대 규장각 초대 관장을 지냈다.
고인은 조선시대와 근대사 연구에서 대표적인 역사학자다. 『정도전 사상의 연구』 『한국 민족주의 역사학』 『다시찾는 우리역사』 『한국 선비 지성사』 등 57권의 학술 서적을 펴낸 바 있다.
특히 규장각 소장 의궤(儀軌)를 10여년간 연구한 결과를 집대성한 『조선왕조 의궤』를 발간하는 등 우리 문화유산과 관련한 학술연구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의궤는 『명성황후 국장도감』 등 조선왕조 국가 의식(오례·五禮)을 담은 3895권의 책으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다. 고인은 작년에도 조선 중기 문신 허균(1569∼1618)을 천재 혁명사상가이자 실학자로 재평가한 『허균 평전』을 내놓기도 했다.
학계에서는 실증적 연구를 통해 식민사관에 의해 왜곡된 한국 역사상을 바로 잡고 한국인의 역사의식을 제고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옥조근정훈장(2003년), 대한민국문화유산상 대통령표창(2005년), 한국출판문화상 저술상(2006년), 민세안재홍 학술상(2012년) 등 여러 상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채중씨와 두 아들인 한정훈 성균관대 교수, 한승현 건국대 교수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2호실. 발인은 18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