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진 텐트엔 "고마워 형"…10억어치 구호물품 들고 2진 간다

중앙일보

입력 2023.02.15 17:58

수정 2023.02.15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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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오는 16일 튀르키예 아다나시(市)에 21명으로 구성된 긴급구호대(KDRT) 2진을 파견하고 텐트, 담요, 의약품 등 10억원 상당의 구호물품 약 55톤을 전달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9일부터 현지에서 생존자 8명을 구출하는 등 구호 활동을 이어온 구호대 1진 118명은 오는 18일 귀국한다.

15일(현지시간) 튀르키예 하타이 주 안타키아의 아나돌루 고등학교에 마련된 대한민국 긴급구호대 숙영지에서 구호대원들이 철수에 앞서 그동안의 활동을 마무리하고 있다. 구호대 1진은 이날 인근 아다나로 이동한 뒤 18일 서울에 도착한다. 대한민국 긴급구호대.

"탐색·구조→구호·재건"

정부는 15일 박진 외교부 장관 주재로 민관합동 해외 긴급구호 협의회를 개최하고 이같은 내용의 구호대 추가 파견과 구호물품 지원 방안을 의결했다. 앞서 구호대 1진이 매몰자 탐색과 구조 활동에 주로 투입됐다면, 곧이어 파견될 2진은 향후 이재민 구호와 재건 활동이 어떤 방향으로 이뤄져야할지 협의하는 데에 중점을 둔다.
 
외교부 당국자는 "2진이 현지에 가서 곧바로 의료 활동 등에 투입되기 보다는, 보건의료, 이재민 구호, 기간 시설 복구 등 여러가지 사업에서 현재 튀르키예가 무엇을 원하고, 우리가 무엇을 해줄 수 있을지 파악하는 게 급선무"라며 "수요와 공급이 매치되도록 협의해 구체적인 지원 영역을 발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15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튀르키예 지진 피해 지원 관련 제2차 민관합동해외긴급구호협의회를 주재하는 모습. 연합뉴스.

 
구호대 2진은 이규호 외교부 개발협력국 심의관을 구호대장으로 외교부 2명, 국립중앙의료원·한국국제의료보건재단·국방부 인원으로 구성된 KDRT 의료팀 10명, 한국국제협력단(KOICA) 5명, 민간긴급구호단체 4명 등 총 21명으로 구성됐다. 앞선 구호대 1진이 국방부 49명, 소방청 62명 등 매몰자 수색을 위한 군인·소방 인력으로 다수 구성됐던 것과 비교해, 의료진 인력이 대폭 늘었고 민간 구호 전문가도 참여한 게 특징이다.

텐트·담요·침낭 수천 개 지원

이들은 튀르키예 아다나시에서 구호대 1진과 교대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아다나는 튀르키예 정부가 타국 구호대와 긴급 구호 물자를 받는 통로에 해당한다"며 "튀르키예 재난위기 관리청(AFAD)과 협의하기에도 용이한 지역"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튀르키예에 전달되는 구호 물품은 텐트 총 1030동, 담요 3260장, 침낭 2200장 등이다. 텐트와 담요는 정부와 민간 합동으로 지원이 이뤄졌고, 침낭은 전부 민간에서 지원됐다. 이와 관련, 박진 장관은 이날 협의회에서 "구호대 2진 파견과 구호물품 지원은 민관 합동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특히 의미가 있다"며 "정부와 민간 지원이 시너지를 낼 방안을 계속 추진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구호물품은 16~17일 이틀에 걸쳐 군 수송기 2대와 민간 항공기 1대를 활용해 수송되며, 튀르키예 재난위기 관리청에 기증할 예정이다.

튀르키예 하타이 주 안타키아에 설치된 한국긴급구호대 숙영지 텐트에 한 튀르키예 시민이 한국어로 "고마워 형"이라고 쓴 문구가 남아있다.대한민국 긴급구호대 제공.

1진, 아다나시로 철수

한편 현지에 파견됐던 구호대 1진은 15일 오전부터 당초 활동하던 튀르키예 동남부 하타이주(州) 안타키아시를 떠나 서북부 쪽에 위치한 아다나시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안타키아 현지의 치안 상황이 급격하게 나빠졌기 때문이다.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약 3만명에 이르면서 국민 여론이 급속히 악화돼 무력 충돌이 우려되는 데다, 생필품 부족으로 약탈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한다. 한국 구호대 외에도 튀르키예에 파견됐던 10여개국 구호대가 활동 중단 혹은 철수 결정을 내린 상황이다.


이날 안타키아에서 철수를 시작한 구호대 1진이 사용하던 텐트에는 현지인이 적은 것으로 추정되는 "고마워 형" 등 문구가 쓰여 있었다. 실제 그간 안타키아 주민들은 한국 구호대를 향해 "코렐리 온누마라(한국인이 최고)"를 외치며 격려를 보냈고, "구조를 요청하면 한국 구호대가 가장 잘 와준다"며 고마워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구호대 1진은 아다나시로 이동을 완료한 뒤, 숙영지에서 쓰던 텐트 등 긴급 구호 물품을 현지 정부에 기증하는 절차를 밟는 등 그간 구호 활동을 마무리하고 귀국을 준비할 예정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1진 구호 대원들이 추위 등 열악한 환경과 사투를 벌이며 구호 활동을 벌이다보니 상당수가 경미한 부상을 입거나 장염을 앓기도 했는데, 조만간 귀국 후 검진을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