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은 이런 것, 규정짓지 말자”…2집으로 돌아온 이승윤의 꿈

중앙일보

입력 2023.02.15 16:48

수정 2023.02.15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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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공허에게 전부 빼앗기기 전에 선수를 치자.'

2년 만의 새 앨범 소개글 첫 마디를 가수 이승윤은 이렇게 적었다. 지난달 26일 나온 그의 2집 정규앨범 '꿈의 거처'는 발매 일주일 만에 8만장이 팔렸다. 써클차트 주간 리테일 앨범 차트 10위 안에도 들었다. 아이돌 그룹이 독식하다시피 하는 앨범차트에서 꿋꿋이 버티고 있는 유일한 남성 솔로다. 지난 10일 서울 마포구의 한 작업실에서 그를 만났다.  

가수 이승윤이 2년 만에 2집 정규 앨범 ‘꿈의 거처’로 돌아왔다. 사진 마름모

 
 
이승윤은 이번 앨범의 시작이 타이틀곡 '꿈의 거처'였다고 했다. 지난해 4월 본격적으로 앨범 작업에 들어가기 전부터 '꿈의 거처'는 그의 머릿속에서 점점 뚜렷하게 형태를 갖춰가고 있었다. 그는 “‘꿈의 거처’ 외엔 아무것도 없던 상황에서 이 곡을 먼저 (네 번째 트랙으로) 배치하고, 나머지 11곡을 선정했다”며 앨범 구상 과정을 밝혔다.
 
앨범명이기도 한 이 곡에 대해 그는 “꿈은 거창해 보이지만 초라하고 소소하기도 한 것”이라면서 “꿈을 갖기 위해 특정 방식을 취해야 한다는 틀에서 벗어나, 각자의 꿈이 태어나고 지켜지는 모습을 (곡을 통해) 고민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나침반, 북극성 등이 없는 불안한 상황에서 길을 잃든 잃지 않든 꿈을 찾아 나간다는 내용의 가사는 이승윤 특유의 허스키한 음색을 통해 듣는 이의 마음에 꽂힌다. 
 
사회를 바라보는 그만의 시각이 담긴 노래도 돋보인다. 트랙 리스트 앞부분을 차지한 3개의 곡(영웅수집가·말로장생·누구누구누구)은 타인을 함부로 판단하고 상처주는 말과 행동에 관한 노래다. 


그는 “청춘은 이런 것, 젊음은 이런 것이라는 식의 정답 같은 문장이 주는 폭력성을 경계하는 편이다. 그 문장에서 벗어나는 사람들을 잔인하게 난도질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불만이나 화가 날 때 가사를 많이 쓰기 때문에 ‘나는 이런 얘기를 하는 사람이다’라는 느낌으로 이 곡들을 초반에 배치했다”고 했다.   
 

이승윤은 앨범 작업과정에 대해 "힘들었지만, 힘듦도 추억으로 퉁칠 수 있을 정도로 좋았다"고 했다. 사진은 지난해 초 미완성곡이던 '꿈의 거처' 스케치를 완성했을 당시 그가 적은 메모. 이승윤 인스타그램

 
이번 앨범을 관통하는 정서 중 하나는 공허함이다. '비싼 숙취'는 성취 이후의 공허함을 소재로 한 곡이다. 그는 “수학 시험 100점 맞았다고 기쁨이 몇 만 년 가는 것은 아니다. 공허함은 어디에나 있는 듯하다”며 “다만 공허함과 마주했을 때 텅 빈 감정에 파묻혀서 지고 싶진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Q: 앨범 작업을 하며 공허함을 많이 느꼈나.
“많이 느꼈다. 스스로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집중해봤을 때, 제가 놓인 감사한 환경과는 그것이 불합치되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어떻게 합치시킬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Q: '감사한 환경'은 오디션 우승 후 얻은 인기를 뜻하나.  
“오디션 우승은 누가 봐도 큰 성취다. 여전히 감사하다. 다만, 폭발적인 미디어의 은혜를 입은 사람은 더 감사해야 하고 더 욕망해야 하는 '더더더'의 세계관에 진입하게 되는 것 같다. 제가 느낀 만큼 행복하고 느낀 만큼 허탈해하고 싶은데, 주변의 반응에 순도 100%의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 되기도 했다. 주변 속도를 못 따라가 스스로 무너질까봐 경계하기도 했다.” 

(※이승윤은 2020년 JTBC 오디션 프로그램 ‘싱어게인’에서 ‘30호 가수’로 출연해 우승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Q: ‘오디션 출신’ 타이틀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강한가.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아마 죽을 때까지 오디션 프로그램 때 만큼의 폭발력은 가질 수 없을 것 같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에 있기도 하다. 다만, ‘오디션 가수’라는 포지셔닝을 이끌고 가기보단 내 음악을 하는 가수가 되려 한다.”
 
Q: 커버곡(다른 사람의 노래를 편곡해 부르는 곡)을 부르지 않는 이유도 같은 맥락인가.
“얘기하기 조심스럽다. 일반적으로 커버 중심에 자기 곡을 끼워 홍보하는데, 그건 가창 가수에게 맞춰진 환경이라 느껴진다. 저희처럼 0부터 100까지 다 관여해 결과물을 내야 하는 사람에겐 그 속도감이 쉽지 않다. 노래 연습만 하고 대중 앞에 설 순 없기 때문이다. 커버곡을 영원히 부르지 않겠다기보다는 싱어송라이터로서의 기반을 먼저 구축한 뒤 생각하고 싶다.”


Q: 이승윤의 음악과 장르는 어떤 것인가.
"제 음악의 토대는 밴드다. 어렸을 때부터 영국 록밴드 오아시스 음악을 듣고 자랐다. 장르에 대한 정확한 용어는 잘 모르지만, 그저 밴드 음악을 베이스로 이것저것 제 음악을 하고 싶은 사람이다." 
 

이승윤의 2집 정규 앨범 ‘꿈의 거처’ 앨범 커버. 마름모

 
약 9개월 간의 앨범 작업을 마친 현재, 그의 가장 큰 관심사는 첫 전국투어 콘서트다. 18일 서울을 시작으로 두 달 동안 6개 도시에서 진행한다. 서울 공연 티켓은 예매 시작 3분 만에 전석이 매진됐다.  
 
그는 “공연을 찾아주시는 분이 있다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라면서 “지금은 저 혼자 일방적으로 노래를 부르는데, 이번 투어에서는 새 앨범을 놓고 팬들과 공명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고 말했다. 
새 앨범을 사람들이 어떻게 들었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가사도 음악도 원하시는 방식대로 들어주셨으면 좋겠다. 바라는 바가 있다면 듣는 사람에게 '노래가 좋다'는 느낌을 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답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노래를 꾸준히 선보이는 일, 그게 가수 이승윤의 소소하면서도 소중한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