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고삐 푼 중국, 어디로 갈까
‘제조업, 내수, 점진’ 3대 키워드
여행·외식 등 서비스 소비 늘어나
규제 완화하며 올 5.5% 이상 성장
한국은 단기적 수출 회복에 도움
중국 눈높이 못 맞추면 그림의 떡
규제 완화하며 올 5.5% 이상 성장
한국은 단기적 수출 회복에 도움
중국 눈높이 못 맞추면 그림의 떡
시진핑 3기, 정책적 탄력성·유연성
중국의 국산화 비중 확대 노력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사회)=코로나 봉쇄의 갑작스러운 해제가 중국은 물론 한국 등 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올해 중국 경제는 W자가 위로 올라가는 패턴이 나타날 것이다. 1분기는 트라우마 치료기로 강한 경기 부양책이 나올 전망이다. 2분기는 리창 신임 총리의 경제정책 실험기다. 중국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통화 증가율을 8%에서 12%로 늘렸는데 그 효과는 3분기에 반영된다. 4분기는 중국이 잠재성장률을 회복하는 시기다. 방법은 부동산과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를 푸는 것으로 올해 5.5% 이상의 성장이 예상된다. 중국 경기의 봄날은 세계 경제의 봄날이 될 텐데 우리가 중국의 눈높이를 못 맞추면 중국 시장은 그림의 떡이 될 것이다.
▶조은교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시진핑 3기의 중국 정책 방향이 한국과 한·중 협력 측면에 미칠 영향에 대해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단기적 관점에서 중국의 리오프닝으로 경기 회복과 수요 확대가 계속된다면 한국의 대중 수출 일부는 회복될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선 우리가 대중 수출 증가세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중국의 기술추격과 제조업의 국산화 비중 확대로 중국 자체의 독립적인 생태계가 만들어진다면 경쟁 관계에 있는 한국의 중간재 수입 수요는 감소할 수 있다.
▶김진호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중국 시장은 한국뿐 아니라 모든 나라에 중요하다. 우리는 인도가 중국과 대립만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이 두 나라는 군사훈련도 함께 한다. 일부 대립하는 장면은 국내 정치에 이용되는 측면이 강하다. 중국은 동남아·서남아·중앙아·유럽 등으로 무역 리스크를 분산해 관리하고, 또 반도체 분야에서도 한국보다 대만을 더 활용한다. 이제 중국의 리오프닝 시점을 맞아 우리 기업이 중국에 들어가 무얼 할 수 있고 또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민주화 누르고, 복지서비스 강화
▶이희옥 교수=중국에선 갑작스러운 봉쇄 해제 이후 ‘이러려고 방역했나’ 하는 자조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윤종석 서울시립대 중국어문화학과 교수=중국 당국이 강고한 체제를 가지고 일관된 집행을 해오다 방역 정책을 전환했다고 하지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중국이 정책만으로 코로나를 억제했다고 보긴 어렵다. 사회 전체가 코로나 시기를 어떻게 견뎠는지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개인이나 집단의 자구적인 움직임도 중요하다. 이러한 움직임을 정치적 리스크로만 여겨선 안 된다. 향후 중국 사회가 코로나 사태로 드러난 민낯과 약점을 어떻게 보완하는지 주목해야 한다.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중국이 코로나 정책을 바꾼 이유가 단순히 민심의 이반이나 반정부 시위에 놀랐기 때문이라는 데는 동의하지 않는다. 나름 계획대로 정책을 추진해온 결과로 보인다. 다만 정책 전환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해 시기가 앞당겨진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물론 정책이 급선회하며 나타난 저항이나 시위 등은 중국의 당-국가 체제 정무 능력에 생채기를 냈다. 단기간에 이런 반대 움직임이 조직화해 발전하기는 쉽지 않지만, 만약 누적된 불만이 더 커지면 체제 능력에 대한 신뢰의 위기를 가져올 게 분명하다.
지난해 대규모 시위가 남긴 것
▶위성락 한반도평화만들기 사무총장=중국 연구에서 사료가 중요하긴 하지만 권위주의나 전체주의 체제에서 나온 사료를 그대로 받아들이긴 어렵다. 대부분 체제에 유리하게 쓰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악화하면 기본 원칙의 연장선에서 논리를 끌어다 자기합리화를 하게 마련이다. 문건은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또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오래 유지한 이유가 다수의 방역 전문가 의견을 따랐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 전문가들이 중국 지도부의 의중을 미리 읽은 건 아닐까? 민주화된 한국에서도 ‘관변’ 전문가 논란이 있는데 권위주의 체제인 중국에서 과연 그런 일이 없는지 의문이다.
▶이하경 중앙일보 대기자=중국의 방역 정책 전환엔 대중의 달라진 인식도 크게 작용했다고 본다. 지난해 여름부터 시위가 잇따르다 연말에 대형 시위가 터졌다. 미 시카고대 배링턴 무어 교수가 “자산계급이 없으면 민주주의도 없다(No Bourgeois, No Democracy)”라 하지 않았나. 사람은 먹고살 만해지면 인간으로 존중받고 싶은 법이다. 지난 3년에 걸친 중국의 강력한 방역통제 탓에 이런 욕구가 터져 나온 게 아닌가 싶다. 중국 정부가 이번엔 봉합하고 넘어갔지만, 이런 경험이 향후 중국이라는 거대한 체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다.
▶이희옥 교수=코로나 봉쇄 해제로 일상이 회복되며 한·중 정상회담 논의도 나온다. 문제는 정상회담 의제로 담을 만한 내용이 없다는 점이다. 한국은 향후 한중 관계 관련해 조급함을 버리고 전략적이며 신중한 접근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