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중국을 평정하며 매출 1위를 기록했던 까르푸. 복이 절로 굴러 들어왔던 까르푸가 이제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매장 내 물건으로 가득 차 있어야 할 선반은 텅 비었고 까르푸 쇼핑 카드도 사용할 수 없다. 올 1월부터 이어진 대규모 품절 사태로 ‘까르푸가 파산한다’는 소문까지 일 정도다. 심지어 까르푸 중국 법인의 COO(최고 운영 책임자) 마저 사임했다. 부사장과 고위직도 줄줄이 사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경제전문매체 ‘차이징11인(財經十一人, 이하 차이징)’의 통계에 따르면 현재 중국에서 영업 중인 까르푸 매장의 3분의 2가 ‘품절’상태로 영업 중이며, 베이징과 상하이 매장의 비정상 영업률은 80%를 훌쩍 넘는다. 중국 까르푸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당시 까르푸는 투자금의 약 두 배가량인 2조 3천억 원을 받고 홈플러스에 까르푸를 매각했는데, 당시 중국 시장에 올인하기 위한 투자금 마련을 위해 한국에서 철수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2006년은 중국 내 까르푸의 입지가 대단한 해였다. 까르푸 차이나는 납품업체의 상품을 한꺼번에 매입하여 고객에게 가격 우위를 제공했다. 또 진출 지역의 유통 업체와의 합작을 통해 점포 확장을 시도했다.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상품군을 보유했던 까르푸는 당시 매출액 1위(248억 위안)를 기록했는데, 경쟁업체였던 따룬파(大潤發·RT-mart)가 195억 위안, 월마트가 150억 위안이었던 것에 비하면 걸출한 성적표다.
시기도 적절했다. 그 당시 중국은 ‘시장경제 절정’의 시기였다. GDP 성장률은 10%대의 고성장세를 지속했고 도시와 농촌 주민의 소득과 생활 수준이 크게 향상됐다. 소비 수준이 높아진 중국인들은 생필품 구매를 위해 자연스레 시장 점유율 1위인 까르푸를 찾았다. 가만히만 있어도 고객을 불러 모으는 까르푸에 ‘누워서 돈 번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였다.
까르푸는 2010년까지 중국 23개 성에 250개의 매장을 내며 중국 최대의 외국 소매업체로 자리 잡게 된다. 2015년 까르푸 매출은 꾸준히 증가해 50억 유로(약 6조 7813억 원)에 육박했다.
2018년 까르푸는 이미 부채 137억 달러, 영업 손실 5억 8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저가 매각 직전 상황까지 오게 됐다. 이듬해 까르푸는 결국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쑤닝이거우(蘇寧易購)에 매각된다. 까르푸 중국 법인 지분 80% 이상이 매각되며 사실상 까르푸는 완전한 중국 기업이 됐다. 쑤닝의 매각 덕에 까르푸의 사정은 나아지는 듯했다. 쑤닝은 향후 중국 1~3선 도시에 300개의 까르푸 매장을 개설하고 온라인 배송 서비스 역시 전면 시행하기로 계획했다. 다수 증권사는 인수합병이 기업 간 시너지 효과와 효율 향상 측면에서 이로울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까르푸는 2년여의 회생 노력에 실패했다. 업계에선 쑤닝의 인수가 까르푸의 쇠퇴를 가속했다고 분석한다. 쑤닝 그룹은 까르푸 인수 후에도 유동성 위기를 겪어왔다. 채무 상환에 어려움을 겪은 데다가 실적도 악화했다. 까르푸에 쏟아부을 투자금이 없었다. 이에 결국 쑤닝이거우 지분 23%를 선전시 국유기업에 매각해 자금을 수혈했다.
2019년 3억 400만 위안의 순손실을 기록한 까르푸는 2021년, 약 33억 3700만 위안의 순손실을 내고 만다. 2022년 3분기 말 까르푸 매장 수는 151곳으로, 문 닫은 점포만 54곳에 달했다. 최근 까르푸 매장 운영현황에 따르면 2월 7일 기준 영업 중인 매장은 131개로 확인됐다. 6개월 사이에 스무 곳의 매장이 문을 닫은 셈이다.
이유는 역시 ‘빚’이다. 남방도시보(南方都市報)에 따르면 까르푸와 수년 동안 협력해 온 공급업체들은 최근 몇 년간 까르푸의 반복적인 체납으로 계약을 중단했다. 광둥성의 한 식품 관련 관계자는 “쑤닝의 인수 후 자금줄이 불안정해 지급 불이행이 빈번해졌고, 협력 및 공급을 중단한 지 오래다”라고 밝혔다.
중국 경제전문매체 얼스이징지왕(21經濟網) 보도에 따르면 까르푸는 화난(華南)시장의 한 신선식품 업체에 대금 50여만 위안을 체납해 법원에 강제집행이 신청된 상태다.
까르푸 전용 ‘선불카드’사용도 일부 항목으로 제한했다. 회사가 폐쇄 직전 단계에 이르렀다는 추측이 나오는 가운데, 남은 자금을 사용하려는 소비자들로 매장은 붐볐지만 물품이 없어 구매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매장 곳곳에 쇼핑 카드 사용을 금지하는 안내문도 부착되어 있었다. 이에 환불을 받으려는 고객이 몰렸지만, 까르푸 측은 환불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2022년 까르푸의 중국 내 수익은 여전히 기대치를 훨씬 밑돌았다. 2023년 1월 30일 까르푸는 지난해 실적 보고서에서 까르푸가 코로나 19와 전자상거래 경쟁 심화 등 종합적인 요인의 영향을 받았고, 일부 지역 매장의 운영이 최소화되며 판매 규모가 감소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까르푸의 ‘전례 없는 위기의식’은 지워지지 않는다. 한 유통 업체 관계자는 차이신과의 인터뷰에서 “다양한 수수료를 부과하는 공급업체의 수익 모델은 더 이상 지속 불가능해졌다”며 “격렬한 시장 경쟁 속에서 까르푸, 월마트와 같은 전통 대형 슈퍼마켓이 시장에서 철수하는 것은 불가피한 추세”라고 밝혔다.
김은수 차이나랩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