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2월 2주차 전국 주유소의 경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주보다 15원 떨어졌다. 주간 단위로는 12주째 하락세다. 반면 휘발유 가격은 올해 들어 유류세 인하 폭 축소(37%→25%) 등으로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2월 2주차 평균 판매가도 1주일 전보다 3원 올랐다.
이에 따라 경유와 휘발유의 가격 차는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11일 기준 경유 판매가는 L당 1617.1원으로 휘발유(1576.6원)보다 40.5원 비쌌다. 불과 한 달 전에 120원 넘게 차이 났던 것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각 지역의 일부 주유소에선 휘발윳값이 다시 경윳값을 앞지르거나 둘의 가격이 똑같은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에 위치한 주유소 65곳 중 7곳에선 휘발유가 경유보다 비쌌다. 고양시의 한 주유소 표지판에는 L당 휘발유 1545원, 경유 1535원이라고 쓰여 있었다. 주유소 직원은 “경유와 휘발유의 가격 차가 점점 좁혀지더니 어제부터 휘발유가 경유보다 비싸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초만 해도 경유 평균 판매가는 1440원대로 휘발유보다 180원가량 낮았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글로벌 에너지 위기가 찾아왔다. 국제 수요 증가, 공급 차질 등의 여파로 경유 가격이 빠르게 치솟았다. 지난해 5~6월 들어 휘발유와 엎치락뒤치락하다 6월 13일(경유 2074.89원, 휘발유 2074.3원) 이후 8개월가량 가격 역전 현장이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28일엔 경유가 휘발유보다 L당 236.1원 비싸면서 가격 차가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선 유가 안정 등으로 경유 가격이 꾸준히 내려가고 있다. 경유와 휘발유 가격이 재역전할 가능성도 커졌다.
국내 판매가에 영향을 미치는 국제 유가도 하향 안정세를 나타내고 있다. 오피넷에 따르면 두바이유의 2월 2주차 평균 가격은 배럴당 81달러로 전주보다 1달러 내렸다. 석유공사는 “국제 유가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우려 재점화, 미국 원유 재고 증가, 러시아산 공급 불안 완화 등으로 하락세를 기록 중”이라고 밝혔다.
국제 석유제품 가격도 비슷한 상황이다. 자동차용 경유의 국제 가격은 1월 넷째 주 배럴당 122.4달러에서 이달 둘째 주 107.6달러로 떨어졌다. 휘발유 국제 가격이 같은 기간 103.4달러에서 96.5달러로 내린 것보다 훨씬 하락 폭이 크다. 향후 전망도 경유와 휘발유의 가격 차가 더 좁혀지는 데 무게가 실렸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지난주부터 국제 유가가 지속해서 떨어지고 있고, 국제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보다 더 많이 하락하고 있다”며 “경유와 휘발유 가격 차는 더 좁혀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