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사무부총장 김남국 의원만이 유일하게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판결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권력과 가깝게 있는 자들에게는 면죄부를 주고, 반드시 죽여야 할 정적은 수사인력을 총동원해 끝까지 파고 또 판다”며 “불공정과 비상식, 진정한 내로남불을 보여주는 윤석열 정부의 위선을 목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조 전 장관에 대한 사법부의 1심 판단은 존중돼야 하면서도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남긴다”고 적었다.
이는 3년 반 전 ‘조국 사태’가 처음 불거졌을 당시와는 180도 다른 분위기다. 2019년 말 당시 당 지도부는 “조국의 온 가족을 멸문(滅門) 지경까지 몰아붙이고 있다”(김종민 최고위원), “가족에 대한 먼지떨이식 수사와 11시간 압수수색, 지속적인 피의사실 유포 등이 역설적으로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더욱 키우고 있다”(설훈 최고위원)며 매일 같이 검찰 수사를 비판했다.
조 전 장관 1심 판결에 대한 침묵은 지난 대선 때 보여준 모습과도 다르다.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대표는 대선 기간 조국 사태에 대해 공개적으로 세 차례 사과했다. 그는 “조 전 장관에 대한 건 민주당이 국민들로부터 외면받고 비판받은 근원 중 하나”라며 “민주당이 공정성에 대한 국민 기대를 훼손하고 국민을 아프게 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2021년 12월 2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이라고 말했다.
결국 작금의 침묵은 이 대표를 겨냥한 검찰 수사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정치권 일각에서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그 어느 때보다 단합이 필요한 시점인 만큼 인화성이 높은 조 전 장관 문제를 언급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대표 입장에선 결국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야 하는데, 법원을 비판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며 “게다가 방탄을 위해 지지층도 동원해야 하니 침묵 외엔 길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당도 조 전 장관 판결에 대해 사흘째 공식 논평을 내지 않았다. 다만 정의당 내부에선 입장을 내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4일 페이스북에서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은 조 전 장관뿐만 아니라 그 주위에서 이런 도덕적 해이와 범죄사실 감싸고 두둔한 이들”이라며 “당은 분명한 언어로 이번 판결 의미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의당 청년 조직 청년정의당의 김창인 대표도 “조국 사태는 단순한 입시 비리 사건이 아니라, 자녀를 위해 공문서를 위조하고 업무방해 위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계급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드러난 불평등 문제”라며 조 전 장관 사과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