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상황에서 특정 선거제도의 찬반이나 도입이 아니라, 선거제도 자체를 시민이 참여하는 ‘선거제도 시민총회’ 방식으로 개혁할 것을 제안한다. 이 방식을 제안하는 이유는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정당이나 국회의원이 아니라 유권자인 국민이 단순히 투표 권리만이 아니라 선거제도를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래야 선거 민주주의로 좁아진 민주주의 체제 아래에서 그래도 조금이라도 민주주의 가치에 부합하게 된다.
이해관계 걸린 정당은 개혁 주저
시민총회 열어 선거제 결정해야
캐나다·영국 등의 사례 참고할만
시민총회 열어 선거제 결정해야
캐나다·영국 등의 사례 참고할만
당시 소선거구제를 채택한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는 정당 득표율과 의석수 사이에 상당한 괴리가 발생하여 2001년 5월 선거에서 57.6%밖에 얻지 못한 자유당이 79개 의석 중 77석을 획득한 반면, 12.4%를 득표한 녹색당은 단 한 석도 얻지 못하기도 하였다.
집권당은 새로운 선거제도를 고민하였지만, 자신들이 당선된 선거제도를 현직 의원들이 굳이 바꾸려고 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이를 의원이 아닌 일반 시민으로 구성된 시민총회에 맡겼다. 거의 1년 동안 운영되면서 선거제도 학습, 공청회를 통한 의견 수렴, 숙의를 통한 선거제도 권고 과정을 거쳐 최종 결정은 주민투표로 결정하는 방식이었다. 중도 포기는 단 1명, 출석률이 95% 이상이었으며, 시민총회 홈페이지 접속량은 같은 기간 캐나다에서 가장 많을 정도로 주민 관심 역시 높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 이어 2006년 온타리오주에서도 유사한 시민총회를 구성했다. 이들 두 개 주에서 볼 수 있는 선거제도 시민총회 이외에도 헌법 개정이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시민총회 역시 아일랜드·영국·프랑스 등에서 정부와 의회 차원에서 장기간 운용됐다. 이들 사례를 참고하여 우리 실정에 맞는 선거제도개혁 시민총회를 시작해볼 수 있을 것이다.
내년 4월 선거까지 시간이 많지 않다. 국회 차원에서 시민총회를 올해 4월 안으로 구성해서 5월부터 9월까지 다섯 달 정도 운용해서 권고한 제도를 국회에서 10월 최종적으로 결정하게 하자. 그러면 내년 총선 6개월 전에 선거제도가 확정됨으로써 정당이나 후보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서 새로운 제도에 맞게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캐나다의 주처럼 아예 선거제도를 새로 정하게 하든지, 아니면 정당이나 특정 인원 이상의 서명을 받은 시민사회단체가 제출한 선거제도를 갖고 결정하든지, 시민총회에서 결정한 선거제도를 국회에서 가부 결정을 하는 방식으로 할지, 권고 수준으로 받아들이는 방식일지 등 세부 사항은 시민총회 구성 때 결정하면 될 것이다.
정당과 국회는 선거 때만 되면 국민을 찾을 것이 아니라 선거제도 결정부터 국민 참여를 보장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 시작은 선거제도 시민총회 구성·운용이 되어야 한다. 반년 가까이 선거제도 논의가 국민이 참여하는 시민총회에서 이루어지고 그 과정이 인터넷으로 생중계되고 홈페이지를 통해 의견 수렴이 이루어지는 과정 자체가 선거제도와 민주주의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확산할 수 있으며, 이렇게 결정된 선거제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투표 참여도 적극적일 수 있을 것이다. 선거 당일만 민주주의의 축제로 만들 것이 아니라 선거제도를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민주주의의 축제가 될 것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지문 연세대 연구교수·리셋 코리아 시민정치분과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