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창업 생태계를 이끄는 힘, 민관 협력

중앙일보

입력 2023.02.06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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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문 창업진흥원장

“민간의 관리자는 정부와의 협력을 위한 새로운 사고가 필요하다.”
 
미국 버클리대 로버트 라이시 교수가 2009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서 언급한 말이다. 여러 산업 분야에서 민관협력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현재의 시대상을 선견(先見)한 그의 혜안이었을까. 정부의 정책역량과 기업의 혁신성이 결합해 창출되는 시너지는 창업생태계에도 이어져, 창업을 중심으로 한 오픈이노베이션을 화두로 끌어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민관협력’이 있었다.
 
국내 ‘창구’ 프로그램은 민간의 혁신역량을 정부와 협업을 통해 효과를 극대화하고자 시작된 모바일 성장지원 프로그램이다.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진흥원, 구글플레이가 함께 운영하고 있다. 2019년 시작한 ‘창구’ 프로그램은 행정안전부가 개최한 정부혁신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국무총리상을 받는 등 대표적인 민관협력 사례로 주목받으며, 한국 창업생태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왔다.
 
글로벌 대기업인 구글이 특정 국가의 창업생태계를 돕기 위해 나선 것은 전 세계적으로 한국이 최초의 사례다. 한국 창업기업들이 높은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잠재력은 ‘창구’ 프로그램에 참여한 기업들의 성과에서도 나타난다. 참여 기업들은 연평균 매출 85%, 신규 앱 다운로드 수는 140% 증가했으며, 누적투자액 2012억원 등의 구체적인 성과를 기록했다(창구 1~3기 기업 기준).
 
‘창구’ 프로그램을 통해 민관협력 프로그램의 가능성을 확인한 창업진흥원은 현재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다쏘시스템, 엔시스, 지멘스와 같은 글로벌 대기업과의 협업 프로그램을 확대해 창업기업들이 글로벌 무대로 진출할 기회를 넓혀주고 있다. 또한 글로벌 대기업뿐만 아니라 ‘에그’ 프로그램 (SK이노베이션), ‘이웃’ 프로그램(네이버클라우드), ‘씨앗’ 프로그램(CJ) 등 국내 대기업과의 협력도 강화해 나가며 급변하는 경제환경 속에서 창업기업의 성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 세계가 앞다퉈 글로벌 유니콘 기업 육성을 외치는 요즘, 단순히 기업의 자생력만을 강조하기엔 부족하다.
 
반세기 전 최빈국이었던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 경제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기업의 혁신과 일류기업 육성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공존했듯이, 끊임없이 도전하는 창업기업을 민·관이 함께 뒷받침해 주었을 때 새로운 도전과 혁신이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다.
 
구글이 한국 창업생태계에 스며들며 상생의 뿌리를 내리는 지금, 우리가 ‘민관협력’에 담긴 의미를 다시 돌이켜봐야 할 시점이다.
 
김용문 창업진흥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