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논쟁적인 현대미술가로 꼽히는 마우리치오 카텔란(62)의 한국 첫 개인전이 지난달 31일 서울 리움미술관에서 개막했다. 그가 바로 바나나 한 개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주인공이다. 이번 전시는 2011년 미국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열린 회고전 이후 최대 규모로, 조각·설치·벽화·사진 등 총 38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아니나 다를까. 카텔란은 한국 최고 권위의 사립미술관 리움도 그냥 두지 않았다. 미술관 입구와 로비 기둥 옆에 ‘노숙자’ 두 명을 배치했다. 이름은 ‘동훈과 준호’. 그의 설치작품이다. 자신의 전시를 알리는 로비 표지판 위에 박제된 비둘기 수십마리(‘유령’)를 앉혀 놨다. 전시장 안에선 한술 더 떴다. 곳곳에 박제 비둘기 100여 마리를 흩어 놓았고, 바닥을 뚫고 나온 남자(‘무제)’를 보여주기 위해 멀쩡한 바닥을 진짜로 뚫게 했다. 김 부관장은 “작가가 미술관 로비를 지하철역 앞 광장처럼 만들고 싶어했다”고 전했다.
카텔란은 이탈리아 파도바 출신이다. 정규 미술 교육을 받지 않고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가 미술계에 들어온 그는 자신을 “미술계의 침입자”라 부른다. 전형적인 ‘미술’과 ‘작가’라는 통념 안에 자신을 가두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전시장엔 작가 자신의 얼굴을 한 작품이 많다.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출발해 관객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특유의 전략이다. 세발자전거를 타고 전시장을 누비는 ‘찰리’, 벽을 바라보고 책상 앞에 앉은 소년(‘찰리는 서핑을 안 하잖나’)도 어린 시절 자신의 모습이다.
‘죽음’이라는 주제에 대한 각별한 관심도 엿보인다. 비둘기와 말 등 전시장에 놓인 많은 박제 동물은 그 자체로 끊임없이 죽음을 환기시킨다. 죽은 듯이 누워 있는 사람 곁에 같이 누워 있는 강아지를 표현한 조각 ‘숨’, 여러 사람이 함께 목숨을 잃은 비극을 연상케 하는 대리석 조각 ‘모두’ 등도 있다. 김 부관장은 “다소 무례하고, 뻔뻔하고, 불편하지만 그런 삶의 모습을 과감하게 드러내 마주하게 하는 게 카텔란 작업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작가는 한국에 왔으나 기자들을 만나지는 않았다. 관객과의 만남(아티스트 토크)도 열지 않는다. 김 부관장은 “그는 관람객에게 ‘절대 아티스트의 얘기를 듣지 말라’ ‘당신이 본 것을 토대로 스스로 해석하라’고 주문한다”며 “그는 자기 작업이 열띤 토론의 시작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리움미술관은 2004년 개관 당시 마리오 보타, 장 누벨, 렘 쿨하스 등 세계적인 건축가 3인이 설계해 화제를 모았다. 이번 전시는 그중에서도 장 누벨이 설계한 M2 공간을 고스란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할 만하다. 카텔란 전시를 위해 리움은 모든 가벽을 걷어내고 작품을 배치했다. 월 휴관, 사전예약 필수. 전시는 7월 16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