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 반대 후, 관료 출신 임종룡 낙점 논란
최근 금융당국은 우리금융 회장 선출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원래는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3연임이 유력했다. 하지만 라임 사태와 관련해 1년 6개월가량 징계를 미뤘던 금융당국이 갑자기 손 전 회장에게 중징계(문책경고)를 결정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중징계 결정이 내려진 후인 지난해 11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당사자(손 전 회장)께서 보다 현명한 판단을 내리실 것으로 생각한다”며 사실상 연임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지난해 12월 “손 회장에 라임 펀드 책임이 명확하게 있다”고 압박했다.
결국 손 전 회장이 연임을 포기하고, 임 전 위원장이 후보로 선출되자 정부에 우호적인 관료 출신을 앉히기 위해 일부러 손 전 회장을 밀어냈다는 비판이 나왔다. 임 전 위원장은 행시 24회로 공직에 입문해 옛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 기획재정부 1차관, 금융위원장 등을 거친 정통 관료 출신이다. 지난달 25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과 우리금융 노조는 기자회견을 열어 “23년 만에 완전 민영화를 이룬 우리금융이 모피아(옛 재무부와 마피아의 합성어) 올드보이의 놀이터로 전락할까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3곳 중 2곳 관료 출신으로 교체…“지배구조 바꿀 것”
정부는 단순한 인사 개입을 넘어 주요 금융사의 지배구조까지 손대겠다는 입장이다. 주인이 없는 금융그룹에서 회장이 권한을 독점해 장기간 연임하는 문화를 바꾸겠다는 취지다. 실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금융위 업무보고에서 “소유가 분산돼서 지배구조를 구성하는 과정에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일어날 수 있는 경우에는 그 절차와 방식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주인이 없고 굉장히 중요한 그룹의 기업 후계자 승계 문제나 선임 절차 과정이 과연 투명하고 합리적이냐는 것에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분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배구조 개선을 시사했다.
금융당국, 금리 개입 놓고도 뒷말
은행권의 예금금리 인상에 역마진 우려가 커진 제2금융권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취약계층 피해로 이어졌다. 취약계층 대출이 막힌다는 비판이 나오자 반대로 금융위는 “과도한 자금 확보 경쟁을 자제하라”고 은행권에 요청했다. 이 영향에 예금금리가 낮아지고, 대출금리만 다시 오르자 이번엔 금감원장이 직접 나서 “대출금리를 낮춰라”고 압박했다. 오락가락 금융당국의 개입이 시장 혼선을 더 키운 것이다.
관치 불만에 주주 행동도…“적절한 견제 필요”
다만 정부는 금융권에 대한 개입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한다. 금융당국 한 고위 관계자는 “가장 좋은 것은 스스로 자정 노력을 갖추는 것”이라며 “이것이 안되는 상황에서 민간 기업의 자율성을 지키기 위해 금융당국이 손을 놓고만 있을 순 없다”고 했다.
김정식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은행이 법에 따라서 자율권을 가지고 의사 결정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다만 현재 은행은 과점 상태이기 때문에, 마냥 자율에 맡길 수 없고 어느 정도 정부의 견제가 필요한 측면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