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주인공' 초등학생 세대
이 세대가 꼽는 ‘최고의 하루’도 이색적이다. 하교 후 친구들과 천원 샵 형태의 매장에서 소소한 구매를 하고 네 컷 사진을 찍은 뒤 마라탕으로 저녁을 먹고 버블티를 마시며 대화하는 것이다. 전 박사는 MZ세대 부모가 과거와 다른 교육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기존 국·영·수 위주 사교육 외에 코딩을 가르치고 특히 경제 교육에 신경을 쓴다는 것이다. 용돈을 준 뒤 가족 식사에서 더치페이를 하도록 하면서 돈에 대한 관념을 심어준다는 사례가 소개됐다.
간신히 X세대 분류에 걸쳤으면서 스스로 X세대의 특징을 가졌는지 확신하지 못한 세대로서, 새 세대의 등장이 반갑고 신기했다. 하지만 이내 그들이 사는 세상은 과연 행복할 것인지 의문이 생겼다. 알파세대의 선두가 막 중1에 입학한다는 대목에서부터 가슴이 답답해졌다.
사교육, 집값…여건은 그대로
알파세대가 이르면 중학교부터 시작되는 한국의 입시 전선에 발을 들여놓고도 네 컷 사진과 버블티 수다를 즐기는 ‘소확행’을 만끽할 수 있을까. 고등학생이 되면 수시와 정시로 나뉜 대입을 준비하려고 내신은 물론 수행평가 발표도 신경 써야 한다. 상대평가인 내신 경쟁은 치열하고 수능 준비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학기 중엔 과목별 내신 학원을 돌고, 방학이면 수능 맞춤형 특강으로 바쁘다.
알파의 부모인 MZ의 생각이 이전 세대와 다르다면 변화가 올 수도 있을 것이다. MZ는 이런 대입 경쟁을 지나 취업 전쟁도 치른 세대다. 대기업 정규직 취업자라면 형편이 낫겠지만, 대다수는 맞벌이해도 남는 게 별로 없음을 경험 중일 것이다. MZ세대 중엔 집값 폭등에 불안해하다 ‘영끌’ 매수로 고금리 이자를 걱정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부동산은 꿈도 꿀 수 없어 코인과 주식에 투자했다가 손실이 언제 메꿔질지 한탄하는 경우도 많다.
양극화 속 계층 이동 사다리가 얼마나 오르기 어려운지 아는 이들이 자녀를 사교육에서 해방시키고 잘하고 좋아하는 것에 도전하라고 권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들이 강조하는 경제 교육 역시 자산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녀가 성인이 됐을 때 집값·전셋값을 마련하려면 수입을 잘 관리하고 투자하는 법을 일찍 알려줘야 해선 아닐까.
기성세대가 시스템 바꿔줘야
초기 X세대가 대입을 치르던 때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영화가 화제였다. 30년가량 지난 지금은 ‘반드시 성적순으로 행복한 건 아니다’ 정도 되지 않았을까 싶다. TV 프로그램에서 한국에 수학여행을 온 미국 10대들은 문화와 음식이 훌륭하고 정을 느꼈다고 좋아했다. 그러면서도 한 학생은 “한국 사람들이 일을 조금 덜 하면 좋겠다. 건강과 행복을 희생하는 것 같다”고 했다. 기성세대가 지금 할 일을 해야 아이들이 행복해질 수 있다. 베타(β)세대부터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