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462억7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6.6% 감소했다. 수입은 589억6000만 달러로 같은 기간 2.6% 줄었다. 월간 수출액이 500억 달러 아래로 떨어진 건 2021년 2월(447억1000만 달러) 이후 약 2년 만이다. 수출은 지난해 10월(-5.8%) 이후 넉 달째 역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1월 수출 실적(554억6000만 달러)이 동월 기준 가장 좋았던 데 따른 기저효과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
수출이 수입보다 훨씬 많이 줄면서 무역수지는 126억9000만 달러(약 15조6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8월(94억3000만 달러)을 넘어 월간 최대 적자 폭을 찍었다. 지난해 전체 무역적자(474억7000만 달러)의 26.7%가 한 달 만에 쌓였다. 무역적자 행진은 지난해 3월부터 11개월째 이어지게 됐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전인 1995~97년 이후 25년여 만에 처음이다.
수출 감소엔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 지속, 반도체 업황 악화가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수출 전선을 떠받치는 ‘1위 품목’인 반도체의 부진이 직격탄이 됐다. 반도체 수출은 메모리 가격 하락 속에 1년 전보다 44.5% 급감하면서 실적 악화를 이끌었다. 6개월 연속 수출 역성장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와 관련, “메모리 가격의 하락세,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약화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경북 구미산단에 위치한 SK실트론 투자협약식에 참석해 “경쟁국들이 수출 규제, 보조금, 세액공제 등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우리의 반도체 산업을 위협하고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지난달 말 블룸버그통신은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역대 최악의 침체 상황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D램 고정가격은 지난해 5~6월 3.35달러에서 지난달 1.81달러까지 미끄러졌다. 여기에다 꾸준히 증가해 온 시스템 반도체 수출마저 지난달 들어 감소세(-25%)로 전환됐다.
반도체 기업들은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DS)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7%나 줄어든 2700억원에 그쳤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에만 1조7012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문동민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반도체는 상반기에 어렵고 하반기에 재고 소진 등을 거쳐 회복될 거라고 보는 게 일반적 관측”이라고 밝혔다.
한국, 1월 대중국 수출 31%줄어…8개월 연속 감소
다른 수출품들도 부진을 피하지 못했다. 15대 주요 품목 가운데 석유화학(-25%), 철강(-25.9%), 디스플레이(-36%) 등 10개가 감소세를 보였다. 그나마 자동차(21.9%), 선박(86.3%) 등이 수출 실적에서 버텨줬다. 지역별 수출도 줄줄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반도체 수출 감소, 중국 내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대(對)중국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31.4% 줄었다. 8개월째 수출 감소세가 이어지는 중인데, 감소 폭은 지난달이 가장 컸다. 한 달간 대중 무역에서만 39억7000만 달러 적자를 봤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는 무역금융 공급 확대와 기업 투자·마케팅 지원, 규제 개선 등 수출 드라이브를 이어가는 한편, 저소득층 중심으로 재정지출을 늘려 실물경기도 챙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