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 메모리 사업에서 적자를 냈습니다. 그나마 (사상 최고 매출‧수익을 낸) 파운드리 덕분에 반도체 사업부문이 겨우 흑자를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삼성 메모리 13년 만에 적자 ‘대충격’
국내 수출의 18%를 차지하는 ‘K-반도체’가 사상 초유의 위기를 맞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모두 ‘반도체 겨울’을 견디지 못했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지난해 4분기 1조7012억원의 영업적자를 봤다고 공시했다. 분기 기준으로 2012년 3분기(-240억원) 이후 10년 만의 적자 기록이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해 97% 급감한 2700억원에 그쳤다. 경 사장의 말대로 시장 점유율 40.6%(D램), 31.6%(낸드플래시·이상 옴디아)로 세계 시장을 호령하는 메모리 사업에선 적자를 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내부에서도 (메모리 적자는) 대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K-반도체 쌍두마차, 1분기 조 단위 적자 낼 듯
여기서 끝이 아니다. 반도체 업황이 극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K-반도체에 ‘고난의 행군’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1분기 업황은 더 암울할 것이란 예측이 우세하다. 증권가에선 SK하이닉스에 이어 삼성전자 DS부문도 올 1분기 적자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모두 조(兆) 단위로 -1조4000억원(삼성증권), -2조1130억원(IBK투자증권), -2조1560억원(BNK투자증권) 등이다.
업계에선 ‘감산’ 여부가 초유의 관심사다. 메모리 반도체는 공급에 따라 가격 등락이 크기 때문에 재고 물량을 털어내면 업황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앞서 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은 이미 감산과 투자 축소를 밝혔다.
다만 삼성전자는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경 사장은 이날 “지금 우리가 손 놓고 다른 회사와 같이(감산의 길을) 가면 좁혀진 경쟁력 격차를 벌릴 수 없다”며 “(연구개발‧시설 투자는) 경쟁력 확보의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감산 기대감에 주가는 상승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도 “우크라이나 전쟁, 금리 인상 등 불안 요인이 해소되기 전까진 시장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며 “인텔이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에 DDR5 메모리를 채택하는 등 신제품 수요가 늘 것이라는 견해도 있지만 하반기까지는 소비 심리가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편 이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전날보다 각각 1.31%, 3.28% 오른 6만1800원, 9만1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삼성전자의 목표 주가를 7만5000원으로 상향했다. “1분기 안에 메모리 재고가 하락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면서다. 김선우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의 전략 변경 전에 본격적 주가 상승이 일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