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의 결정은 국가의 개인 생체정보 대량 수집·활용이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도 던진다. 권위주의 정부는 국민 통제의 한 수단으로 개인 정보를 수집·활용해왔다. 얼굴인식 기술이 가장 활발히 활용되는 나라는 중국이다. 한국도 오랜 역사가 있다. 박정희 정부 때인 1968년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을 때 좌우 엄지손가락 지문을 날인하는 제도가 도입됐다. 그해 1월 북한 특수부대원 12명이 청와대를 습격하려는 사건이 계기가 됐다. 1975년부터는 17세 이상 국민이라면 열 개 모든 손가락 지문 정보를 국가에 제공해야 한다.
열 손가락 지문 날인이 헌법상 자기정보 통제권 등을 침해한다는 헌법소원이 제기됐었다. 헌법재판소는 2005년과 2015년 두 차례 판단을 내렸다. 모두 합헌이었다. “지문 수집으로 인한 인권침해가 범죄 수사 등 공익목적에 비해 크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둘 다 헌법재판관 6대 3의 결론이었다. 소수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행정의 편의성을 국민의 기본권보다 앞세운 발상”(2005년),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2015년)며 위헌 의견을 냈다. 8년이 지난 지금은 다수의 공익보다 소수의 인권에 마음을 썼던 재판관들의 의견에 더 눈길이 간다.
인권 감수성이 예민해졌다. 인권위는 2019년 초등학생 지문인식 출입시스템에 대해서도 “아동의 기본권을 최소한으로 제한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권고했다. 이런 시대다. 범죄자를 잡기 위해 모든 국민이 여전히 지문 정보를 제공해야 할까. 헌재가 십지(十指) 날인을 다시 판단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