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31일 열린 콘퍼런스콜(투자 설명회)에서 설비투자 축소나 지연 계획을 묻자 “최근 반도체 시황 약세가 당장의 실적에 우호적이지는 않지만, 미래를 철저히 준비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시세 하락과 주문량 감소, 재고 증가 속에서도 ‘감산 카드’를 쓰지 않겠다는 얘기다.
삼성전자는 이날 지난해 4분기 매출 70조4646억원, 영업이익 4조3100원을 거뒀다고 확정 공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2%, 69% 하락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증권가가 예상했던 5조원대를 크게 밑돌았다. 특히 DS(반도체)부문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7% 급락한 2700억원이었다. 2009년 1분기 이후 55개 분기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한 데다 재고가 급증한 탓이다.
디바이스경험(세트·DX) 부문은 지난해 4분기 매출 42조7100억원, 영업이익 1조64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 51% 하락했다. 부문별로 VD(영상가전사업부)·가전 매출은 15조5800억원으로 같은 기간 소폭 증가(2%)했지만 물류비용 증가 등으로 600억원의 영업적자를 봤다. 2015년 1분기 이후 첫 적자다. MX(모바일경험)·네트워크 매출은 전년 대비 7% 감소한 26조9000억원, 영업이익은 36.1% 감소한 1조7000억원이었다. 플래그십(전략) 스마트폰 판매 둔화와 중저가 시장 약세로 매출과 이익이 하락했다. 다만 네트워크사업에서는 국내 5세대(5G) 장비 증설과 북미 등 해외사업 확대로 매출이 증가했다.
올해도 실적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회사는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는 단기적 시황 약세가 이어지다가 하반기에 수요가 회복되기 시작할 것”이라며 “DS부문은 첨단 공정과 제품 비중을 확대하면서 미래 대응을 위한 인프라 투자 등을 통해 시장과 기술 리더십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사업에서 1분기 영업적자가 예상되지만 수익성은 점차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