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사물 먹어라" 강요에 극단선택…軍 기록엔 '애인 변심' 왜곡

중앙일보

입력 2023.01.31 13:00

수정 2023.01.31 13:05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연합뉴스

병영 부조리에 시달리다가 극단적 선택을 했던 병사의 숨겨졌던 사망 원인이 밝혀졌다. 
 
대통령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이하 위원회)는 지난 30일 제59차 정기회의를 열고 1988년 숨진 강모 일병 사건의 개요를 공개하기로 했다고 31일 밝혔다. 
 
강 일병 관련 군 기록에는 '빈곤한 가정환경 및 애인 변심 등을 비관하는 한편 휴가 중 저지른 위법한 사고에 대한 처벌을 우려하다가 자해 사망'이라고 남았다. 
 
하지만 위원회 조사 결과 강 일병은 가정환경이 유복했고, 애인은 없었으며, 휴가 중 사고를 저지르지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사망 전날 있었던 상급자 전역식에서 상급자가 구토하자 토사물을 먹으라고 강요 받았으며, 이를 거부하자 구타를 당하는 등 모욕감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라고 위원회는 판단했다. 
 
위원회는 "개인적 사유가 아닌 부대 내의 만연한 구타·가혹행위 및 비인간적 처우 등이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1982년 숨진 김모 병장 사건의 개요도 공개됐다. 김 병장은 연말 재물조사 결과보고서를 잘못 작성해 인사계로부터 질책받고, 이를 비관해 숨졌다고 군 기록에 기재됐다. 
 
그러나 김 병장은 수년간 누적된 보급품의 손·망실 상황을 발견하고 보고했는데, 부대가 그에게 손실분을 채워놓으라고 요구해 심한 압박에 시달렸던 것으로 조사됐다. 
 
김 병장의 사망에 대해 은폐 시도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가 숨진 후 군은 부대원들에게 거짓 진술을 종용하고, 유가족이 원인을 알지 못하도록 고인과 고향이 같은 부대원을 급히 전출시키기도 했다. 
 
위원회는 강 일병과 김 병장 사망 구분을 순직으로 재심사해 명예 회복을 위한 조치를 해줄 것을 국방부 장관에게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