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에도 아디다스는 서울을 뜨겁게 달굽니다. 지난 18일 서울 명동에 ‘아디다스 브랜드 플래그십 서울’을 개점했는데 전국에서 몰려든 고객으로 장사진을 이뤘어요. 플래그십 오픈을 기념해 한정 수량으로 내놓은 운동화 ‘삼바’를 사려고 몰려온 겁니다. 이 운동화,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인기가 심상치 않거든요. 삼바는 세계의 셀럽들이 패션 아이템으로 착용하면서 입소문을 탔어요. 발매시마다 품절 대란까지 벌어지고, 리셀(재판매) 플랫폼에선 가격이 치솟고 있죠. 오늘 비크닉에선 아디다스 삼바에 얽힌 이야기를 소개해 드릴게요.
1949년, 역사의 시작
아돌프는 자신이 만든 신발이 더 잘 팔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묘안을 떠올립니다. 50년에 열린 브라질 월드컵을 기회 삼아, 브라질의 국민 음악이자 춤인 삼바를 이름으로 따오는 거였죠. 축구선수는 물론 축구팬까지 고객으로 만들려는 전략적 판단이었는데, 단순하지만 상당히 효과적인 전략이었어요 .
그의 전략은 적중했어요. 삼바는 단숨에 브라질 월드컵의 상징적인 운동화로 떠오릅니다. 여기에 더해, 이어진 54년 스위스 월드컵에선 삼바를 신은 독일 대표팀이 우승컵을 들어 올리자, 삼바의 인기는 그야말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어요.
여기서 멈추지 않았어요. 삼바는 다른 스포츠로도 확장됩니다. 70년대 초반 유럽에서 풋살 열풍이 불 때 풋살화로도 불티났고요. 90년대엔 스케이트보더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얻었어요. 운동장 밖에서도 삼바의 인기는 이어져서 70~80년대 영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아가일 스웨터, 폴로 셔츠와 함께 캐주얼 패션의 상징적인 아이템됐습니다.
삼바, 화려하게 부활하다
특히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패션 디자이너 웨일즈 보너(Wales Bonner) 덕을 톡톡히 봅니다. 웨일즈 보너는 2016년 프랑스 명품 기업인 LVMH(루이뷔통모에헤네시)가 신진 디자이너를 발굴하기 위해 주최하는 ‘LVMH 영 디자이너 어워즈’에서 우승해 이름을 알렸습니다. 2020년엔 디올과 협업 제품을 내놓기도 했고, 지난해엔 대영제국 훈장까지 받았죠. 그는 자신의 2020년 가을겨울 컬렉션에 70년대 영국에서 유행했던 레게 음악 ‘러버스 락(Lovers Rock)’에서 영감을 받은 의상과 스타일링을 선보였는데요. 이때 70년대 인기가 높았던 아디다스의 운동화가 빠질 수 없었죠. 이를 본 아디다스는 바로 협업을 제안했고, 바로 ‘웨일즈 보너 x 아디다스 오리지널스 FW20’ 컬렉션이 발매됐어요.
여기서 삼바도 다시 태어납니다. 전통적인 형태는 그대로 유지하지만, 신발 옆 삼선의 소재와 박음질 등에서 색다른 디테일을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을 금빛으로 각인하죠. 당시 ‘스포츠 브랜드의 운동화를 고급스럽고 예술적인 작품으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어요. 웨일즈 보너와 아디다스는 지금까지 협업을 이어가고 있는데, 새로운 모델이 나올 때마다 인기가 대단합니다.
여기엔 셀럽들도 힘을 실어줬습니다. 해외에선 켄달 제너, 헤일리 비버가 일상에서 즐겨 신어 화제가 됐고요. 국내에선 블랙핑크 제니, 김나영 등이 삼바 신은 모습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선보여 스니커즈 시장을 뜨겁게 달궜답니다.
삼바의 인기는 숫자로도 증명됩니다. 삼바는 상품이 들어오는 족족 품절 대란을 일으켜서 리셀 플랫폼에서 활발히 거래됩니다. 글로벌 리셀 플랫폼인 스탁엑스가 지난해 내놓은 ‘빅팩츠(Big Facts) 리포트’에 따르면 삼바의 리셀 거래량은 전년 대비 485% 증가했다고 합니다. 지난해 10월엔 리셀가가 60만원대로 치솟기도 했어요. 삼바의 정식 판매가는 10만원 내외인데 반해 6배 가량 비싸진 거죠.
오프라인까지 번진 인기
삼바는 아디다스의 D2C(Direct to Customer) 전략에도 도움이 되고 있어요. D2C는 브랜드가 자사 온라인몰을 강화해 유통 비용을 줄이고, 고객과 소통을 늘리는 유통 방식을 말해요. 아디다스는 자사 멤버십인 ‘아디클럽’에 가입해야만 삼바를 살 수 있게 했어요. 그것도 한 사람당 1족씩으로 구매량을 제한했고요. 리셀시장의 과열을 막으면서 동시에 수천명의 충성고객까지 확보하겠다는 전략인데, 소비자 입장에서는 사실 상당히 번거로운 일이잖아요. 그런데도 그날 이곳에 온 사람들은 이 과정을 불만없이 수행합니다. 그만큼 삼바의 매력이 크다는 의미죠.
삼바의 바통, 누가 이어 받을까
과연 삼바의 왕좌를 이어받을 스니커즈는 무엇일까요. 이것이 궁금하다면, 아디다스 브랜드 플래그십 서울에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매장 2층에 클래식 제품을 선보인 전시 공간을 마련해놨거든요. 또한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포토카드 형태로 클래식 제품이 담긴 ‘아디카드’를 만들어 증정하기도 하고요. 삼바 인기를 이어 받을 후보들을 한눈에 볼 수 있죠. 제2의 삼바, 무엇이 될지 함께 지켜보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