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안동시 풍천면에서 한우 200두를 사육하고 있는 권순욱(50)씨는 “예년에는 개당 6만5000원 하던 곤포 사일리지를 9만5000원에 샀다”며 “천정부지로 치솟은 가격 탓에 소에게 먹이 주기가 겁날 지경”이라고 말했다.
“곤포 사일리지 최고 11만5000원까지 치솟아”
곤포 사일리지는 볏짚 등 사료 작물을 곤포에 밀봉해 저장 후 발효시킨 조사료(粗飼料·건초나 짚 같은 사료)다. 벼농사가 끝난 후 알곡을 턴 볏집을 ‘원형베일러’라는 장비로 둥그렇게 말아 포장해 만든다. 한 덩어리 무게가 230~250㎏ 정도다. 곤포 사일리지 공급업자가 농가에서 한 마지기(660㎡·200평) 단위로 값을 치러 볏짚을 산 뒤 이를 곤포 사일리지로 가공해 한우농가에 판다.
지난 연말 곤포 사일리지 가격이 폭등한 것은 건초 수입이 원활하지 않게 되면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불안정한 국제 정세와 장기화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고유가·고환율까지 겹치며 수입 건초 가격이 폭등해 국내에서 생산되는 조사료용 볏짚 수요가 증가했다.
한우 가격 폭락 겹쳐…농가 목숨 끊는 비극도
전국한우협회와 축산 농가 등에 따르면 경북 예천군과 충북 음성군 축산농 2명이 늘어난 빚을 감당하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사료값 폭등으로 생산비는 늘어났는데, 한우 가격은 크게 떨어져 부담이 가중된 상황이다. 축산업계에서는 조사료값을 내리기 위해서는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인주 전국한우협회 경북도지회 부회장은 “한 번 오른 조사료 가격이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예전만큼 떨어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정부 차원 지원을 통해 국내에서 조사료 생산 기반을 대폭 확충해 건초 수입에 의존하던 구조에서 벗어나야 축산농가 시름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