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은행 대출금리 5.6%, 9개월 만에 하락...서민 빚 부담은 여전

중앙일보

입력 2023.01.27 14:03

수정 2023.01.27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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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서울 한 은행 창구에서 시민들이 은행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가파르게 오르던 예금은행 대출금리가 9개월 만에 하락했다. 기준금리 인상에도 시장(채권)금리가 떨어지면서 기업대출과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낮아졌다. 하지만 일반 신용대출과 보증대출 금리는 여전히 상승세여서 서민들의 빚 부담은 크게 줄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예금은행의 전체 대출 평균금리(가중평균ㆍ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5.56%로 한 달 새 0.08%포인트 내렸다. 대출금리가 하락세로 돌아선 건 지난해 3월(-0.01%포인트) 이후 처음이다.  
 
특히 기업대출 금리는 2021년 7월 이후 처음으로 내려갔다. 지표금리인 은행채 금리 하락과 단기물 비중 확대 등으로 0.11%포인트 하락한 5.56%를 기록했다. 대기업 대출 금리는 0.09%포인트 떨어진 5.32%, 중소기업 대출은 0.17%포인트 하락한 5.76%였다.

자료: 한국은행

 
하지만 가계대출 금리는 5.6%로 0.03%포인트 상승했다. 2021년 6월 이후 계속 상승세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0.11%포인트 하락한 4.63%로 두 달째 하락했지만 보증대출과 일반 신용대출 금리가 오르면서다. 일반 신용대출 금리는 0.12%포인트 오른 7.97%로 2012년 4월(9.15%) 이후 최고치다. 보증대출 금리는 0.47%포인트 상승한 6.12%였다.  
 
박창현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장은 “전반적 대출금리 인하에는 은행채 등 지표 금리 하락과 금융당국의 금리 모니터링 강화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중ㆍ저신용 차주 비중 확대 등으로 보증대출과 일반 신용대출의 금리가 올라 가계대출 평균 금리는 다소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이 연말을 앞두고 중ㆍ저신용차주 비중을 맞추기 위해 이들을 상대로 대출을 늘린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가계의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43.2%로 전월보다 6.4%포인트 상승했다. 고정금리인 안심전환대출 취급이 늘어난 데다 고정금리의 지표인 5년물 은행채 금리가 낮아졌기 때문이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자료: 한국은행

 
금융당국의 압박과 은행채 발행 재개로 수신금리 역시 11개월 만에 하락했다. 저축성 수신금리는 지난해 12월 4.22%로 전월 대비 0.07%포인트 떨어졌다. 지난해 1월(-0.05%포인트) 이후 처음이다. 순수 저축성 예금금리는 4.29%로 변화가 없었고 금융채 등 시장형 금융상품은 3.97%로 0.33%포인트 하락했다.  
 
예금은행 신규 취급액 기준 대출금리와 저축성 수신금리의 차이, 즉 예대마진은 1.34%포인트로 11월(1.35%)보다 0.01%포인트 줄었다. 대출금리 하락 폭이 수신금리보다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규 취급 기준이 아닌 잔액 기준으로는 총수신 금리(2.37%)가 0.2%포인트, 총대출 금리(4.92%)는 0.24%포인트 각각 올라 예대 금리차(2.55%포인트)가 0.04%포인트 더 벌어졌다. 2013년 7월(2.55%포인트)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편 비은행권의 경우 예금금리는 내렸지만 대출금리는 올랐다. 특히 상호저축은행의 예금금리는 0.12%포인트 하락한 5.7%였지만 대출금리는 1.11%포인트 오른 13.07%로 집계됐다. 2013년 6월(13.1%) 이후 9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신용협동조합(6.92%, 0.4%포인트 상승), 상호금융(6.32%, 0.47%포인트 상승), 새마을금고(6.84%, 0.25%포인트 상승) 대출금리도 모두 올랐다. 박 팀장은 저축은행 금리 상승에 대해 “상대적으로 금리 수준이 높은 가계대출 비중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