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의 V토크] 엄한 스승 고희진, 쑥쑥 크는 정호영

중앙일보

입력 2023.01.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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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C인삼공사 미블블로커 정호영. 사진 한국배구연맹

KGC인삼공사 미들블로커 정호영(22)이 잠재력을 폭발시키고 있다. 미들블로커 출신 고희진 감독의 강한 지도로 쑥쑥 성장하고 있다.
 
KGC인삼공사는 25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흥국생명과의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1(25-19, 25-23. 22-25. 25-19)로 승리했다. 엘리자벳이 25점, 정호영이 21점을 올렸다. 블로킹 3개에 공격성공률 62.1%를 기록한 정호영은 지난 9일 GS칼텍스전에서 세운 개인 득점 신기록(18점)을 뛰어넘었다.
 
경기 뒤 만난 정호영은 "(세터 염)혜선 언니 덕분에 예쁘게 받아먹었다. 실수가 있었는데 더 처리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며 "그동안 못 이겼던 흥국을 잡아 좋다. 경기 중반 어려웠는데 승점 3점을 따내 좋다"고 했다.
 

KGC인삼공사 미블블로커 정호영. 사진 한국배구연맹

정호영은 이날 속공은 물론 장신(1m90㎝)을 살려 띄워놓고 때리는 오픈 공격을 연이어 성공시켰다. 채선아와 이소영, 노란의 안정된 리시브 덕분에 찬스가 많이 생겼다. 정호영은 "처음엔 블로커가 따라붙는 걸 신경 썼는데, '2명이 뜨든 3명이 뜨든 위에서 때리면 되지'라는 생각이다. 감독님도 블로킹이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연습하던 대로 때리라고 하신다"고 했다.


정호영은 지난 시즌까진 주전이라고 할 수 없었다. 한송이와 박은진과 거의 비슷하게 출전했다. 그러나 올해는 미들블로커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코트에서 보내고, 득점도 제일 많이 올렸다. 속공 2위, 득점 16위다. 정호영은 "경기를 풀로 뛰니까 기록이 당연히 좋아졌다. 공격 득점은 세터 언니가 도와주면 늘어나는 거고, 블로킹이 좀 더 향상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호영에게 작전을 지시하는 고희진 감독(왼쪽). 연합뉴스

 
고희진 KGC인삼공사 감독은 "좋은 신체조건을 갖고 있고, 똑똑하다. 헐렁이처럼 보여도 내 얘기를 빠르게 이해한다. 그래서 정호영이 좋아질 거라는 판단을 했고, 꾸준히 뛰게 하려 했다. 두렵기도 했다. 한송이를 넣어 안정적으로 할 수 있지만, 우리가 싸우려면 정호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고 감독은 "속공이 나는 포인트가 있는데, 그걸 이해시키는데 시간이 걸렸다. 지금은 선수들도 이해하기 때문에 뿌듯하다. 경기 도중 나무라기도 했다. 잘 될 때는 좋은데, 안 될 때 평균 이하로 떨어지면 안 된다. 적정한 수준을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오늘 경기가 호영이에게 아주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해줬다. 4세트에 살아나서 잘 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정호영은 "경기 중에도 질책을 더 많이 하신다. 정신을 차리라고 하는 얘기라 감사하다. 집중력이 초반에 떨어지는데, 처음부터 잘 하라는 얘기라 귀담아 듣고 있다"고 했다. 이어 "몸에 입력해서 나오는데 시간이 걸린다. 머리로 이해해도 운동은 반복에 반복을 해야 내 것이 된다"고 설명했다.
 
세터 염혜선은 후배 기를 살렸다. 염혜선은 "호영이에게 자주 (양)효진 언니처럼 잘 해보자고 한다. 충분히 할 거 같아 연습이나 야간 훈련 때 '만들어주자'는 말을 많이 했다. 믿음도 쌓였다. '서로 눈만 봐도 아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잘 맞아간다"고 말했다.
 

25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의 경기에서 득점한 뒤 기뻐하는 KGC인삼공사 정호영. 사진 한국배구연맹

정호영은 선명여고 시절 아웃사이드 히터와 미들블로커를 겸했다. 장신에 서브 리시브까지 해 '제2의 김연경'이 될 수 있는 재목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하지만 프로 초기 고전했고, 이영택 당시 감독과 상의해 미들블로커로 정착했다. 정호영은 "고등학교 때도 사실상 말만 레프트지 센터에서 공격을 더 많이 했고, 블로킹도 더 많이 참여했다. 미들블로커가 훨씬 편하다고 생각한다. (서브를)받는 게 약하니까 팀에 보탬이 되는 게 나은 것 같다"고 했다.
 
정호영은 포지션 변경, 그리고 부상으로 고생했다. 그래서 경기에 뛰는 게 즐겁다. 그는 "조바심보다는 코트 안에 오래 있어서 행복하다. 시즌을 통으로 날린 적도 있고, 밖에서 본 적도 있어서 경기 뛰는 게 즐겁고, 계속 뛰고 싶다"고 했다.
 
정호영은 체육인 집안이다. 아버지 정수연씨는 농구선수, 어머니 이윤정씨는 배구선수 출신이다. 동생 정소율도 올 시즌 수련선수로 도로공사 유니폼을 입었다. 정호영은 "부모님은 칭찬보다 질책을 한다. 어머니가 배구선수다 보니 모든 경기를 보신다. 상대 센터의 좋은 점이 있으면 메모해서 보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