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24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이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주장하던데 이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덮기 위한 정략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한국은행이 최근 금리를 인상한 것은 시중의 유동자금을 흡수하기 위해서인데 재정지출을 하겠다는 주장은 그런 부분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국민도 민주당의 의도를 알고 실망하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가 주장하는 물가지원금은 소득 하위 80%에 해당하는 약 1700만 가구에 한 가구당 15만~40만원을 한 차례 지원하는 제도다. 올해 1차 추경에 이를 반영하면서 약 5조원에 달하는 예산은 국채 발행으로 충당하겠다는 게 민주당 주장이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근로자가 고금리로 인해 소비 여력이 줄어서 내수 소비시장이 안 좋다”며 “소비 진작을 위해서 필요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막대한 재정이 소요되는 포퓰리즘 정책을 부여잡고 국민을 현혹하려는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양금희 수석대변인)며 비난했다. 이 대표는 28일 위례·대장동 개발비리 의혹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는다. 이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40만원 지원금 카드를 꺼냈다는 게 여권 시각이다.
류성걸 국민의힘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12월 24일 올해 예산안을 통과시킬 때는 지원금 얘기가 전혀 없다가 연말·연초 검찰의 소환통보가 이어지니 이 대표가 적극적으로 나선 모습”이라며 “진정성이 있었다면 왜 예산안 처리 국면에서는 언급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대내외 경제 상황을 살펴봐도 지원금은 어렵다는 게 여권의 판단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21년 46.9%였던 국가채무비율은 지난해 49.7%까지 올랐다. 올해에는 50%를 돌파할 것으로 정부는 관측하는데, 물가지원금을 포함한 수십조 원대 추경까지 추진하면 나랏빚이 더 늘어난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재정 건전성이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재정지출을 하는 것은 윤석열 정부의 기조와도 맞지 않는다”고 했다.
물가지원금 같은 정부지출이 증가하면 되레 물가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반대 이유다. 류 의장은 “물가를 잡기 위해 한국은행이 금리를 3.5%까지 올리며 통화 긴축에 나섰는데, 정부가 이와 반대되는 재정지출을 하면 시중에 자금이 많아져 물가가 오히려 오르는 역효과가 발생한다”고 했다.
다만 당내에서는 “코로나 정국 당시 재난지원금 논의에 당이 끌려 들어간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020년 2월 경기지사였던 이 대표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의 필요성을 주장했지만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은 이를 포퓰리즘이라고 반대했다. 그러다가 문재인 정부가 21대 총선 직전인 그해 3월말 재난지원금 지급을 약속하자 통합당은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익명을 원한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당시 보편적 재난지원금 이슈에 여론이 크게 호응하면서 선별 지급을 주장한 우리 당은 총선에서 패배한 측면이 있다”며 “물가지원금 논의가 더 커지지 않도록 비판 여론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