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삿밥 좀 먹었다는 직장인이 모인 자리에선 요즘 MZ 경연대회가 한창이다. “전화했더니 카톡으로 답을 하더라”, “식당에서 숟가락을 놓는 법을 본 적이 없다”, “대화가 없으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영 없는 일은 아니겠으나 전부 그런 것도 아닐 텐데 누적된 희화화 속에 MZ는 ‘이상한 아이들’로 박제됐다.
MZ라고 이런 시선을 못 느낄 리 없다. 그러니 직장에선 MZ처럼 보이지 않으려는 또 다른 경연이 펼쳐진다. “회식을 정말 원하는 사람처럼 행동했다”, “일부러 출근은 일찍, 퇴근은 늦게 한다”, “계속 웃는 표정을 짓느라 사실은 좀 힘들다.” MZ 같지 않아야 윗사람이 좋아한다는 걸, 그래야 인정받고 좋은 평가를 받는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MZ조차 결국 개성을 잃고 어른의 룰에 포섭돼 가는 셈이다.
MZ는 밀레니얼(M)세대와 Z세대의 합성어지만 한국에선 이미 본뜻 대신 30세 전후의 사회초년생을 특정하는 말로 변했다. 주로 그들의 결여된 사회성을 겨냥한다. 그러나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최근 보고서는 의외의 결과를 보여준다. ‘친구 혹은 직장동료에게 먼저 말을 건다’, ‘학교나 직장에서 정한 일은 싫더라도 지킨다’ 등 사회성을 측정할 수 있는 질문을 던졌는데 M세대와 Z세대의 사회성 점수가 X세대보다 오히려 높았다.
워라밸만 중시하는 모습이, 혼자 밥 먹는 모습이, 가르쳐주면 곧 이직할 것 같은 그 모습이 그냥 싫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정 MZ와의 생활이 불편하다면 나 자신도 한 번 돌아볼 일이다. 그들을 충분히 존중했는지, 신뢰나 협업의 대상으로 여겼는지, 독특함을 새로움으로 받아들이려 했는지, 내 시각을 강요한 건 아닌지, 그토록 싫어했던 예전 선배의 모습과 닮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세대와 무관하게 현명한 사람은 갈등을 피하고, 활용법을 고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