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박이 할머니 사장님께서 운영하시는 ‘사넬’은 단순 미용실이 아니다. 가파른 언덕길 위, 주민들이 애정을 담아 ‘우리 달동네’라고 부르는 곳에 자리했지만 매일 아침 할머니들이 옹기종기 모여 머리엔 ‘구루뿌’를 말고 파마약 향기를 벗 삼아 여름이면 김치말이 국수, 겨울이면 귤, 설날이었던 지난 22일엔 떡국을 나눠 먹는 사랑방이다. 이곳이 곧, 사라진다.
출생의 비밀도, ‘김치 싸대기’ 막장도 없었지만 수작이었던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의 대사. “옳은 건 뭐고 틀린 건 뭘까. (중략) 내가 옳은 방향으로 살고 있다고 자부해도 한 가지는 기억하자. 나도 누군가에게 XX일 수 있다.”
여의도를 봐도, 태평양 건너 워싱턴DC 의사당과 백악관을 봐도, 대부분의 주류 정치인은 귀는 막고 입만 열고 있다. 정치인만 탓할 것도 아니다. 상업주의 알고리즘에 판단력을 맡긴 채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말하고 싶은 것만 말하는 이들 역시 문제 아닐까. “그럴 줄 알았어!” “내가 뭐랬어”보다는 “내가 틀릴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포용력은 아무래도 대한민국이 저출산으로 멸망한 23세기쯤에나 가능한 일인지. 설날을 지나 두 번째 새해를 맞는 지금, 가수 조니 미첼의 ‘양측 모두에서(Both Sides Now)’를 들어본다. “삶을 이젠 양면에서 보게 됐지. 이기고 지는 것, 그런데도 삶은 허상이야. 삶은 뭘까, 모르겠어.” 한국을 넘어 전 세계가 분노의 포로가 된 지 오래인 지금, 삶을 한 번 돌아봤으면 하는 마음이다. 우선, 나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