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앤테크놀러지(한국타이어) 직원들은 지난해 대전에 있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을 찾아갔다. 정부 출연 연구기관인 원자력연구원에서 세계 최초로 ‘1m 크기 부품 제작용 분말 소결 방식(PBF) 3D 프린터’를 개발했다는 소식을 알게 된 직후였다.
PBF는 얇게 펼친 분말에 레이저나 전자빔을 정밀하게 쏘아 형상을 만드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녹은 분말을 고체화해 겹겹이 쌓을 수 있어 복잡한 형상의 정밀부품 생산에 유리하다. 다만 그동안 PBF 장비로 제조할 수 있는 부품 크기가 최대 0.5m에 불과해 산업 현장에서 활용하는 데 한계를 보였다.
김현길 원자력연구원 박사팀은 이 같은 제약을 없애기 위해 프린터 핵심 부품인 레이저 소스와 스캐너 두 세트를 나란히 연결하는 기술을 새로 고안했다. PBF의 장점인 높은 정밀도를 유지하려면 두 레이저가 중첩되는 부분에 대한 정밀 제어가 관건인데, 연구진은 열 등에 따른 변형을 예측해 연결 부위를 결함 없이 매끄럽게 만들었다. 이렇게 개발된 프린터는 가용 범위를 가로 기준 1m로 늘렸다.
이번 기술 개발로 한국타이어는 블레이드를 반복 사용할 수 있게 됐고, 스테인리스 소재보다 고가인 합금 사용을 줄일 수 있어 경제성을 높이고 자원 절약을 할 수 있게 됐다. 김현길 박사는 “3D 프린터 산업은 장비만 있다고 성공하는 게 아니라 한국타이어처럼 어떤 부품에 필요한지 정확하게 수요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원자력연구원에 따르면 미래에 상용화될 소형모듈원자로(SMR)에도 기존 원자력발전소보다 작은 부품이 들어가 3D 프린터를 이용한 합금 부품이 다수 들어갈 예정이다. 김 박사는 “수백 개 부품을 수십 개로 줄여 조립 공정을 단순화해 생산 효율을 높이는 게 차세대 발전소의 핵심”이라며 “원료 물질 재활용 등 미국 GE와 같은 상용화 단계까지 가려면 아직 여러 단계가 남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