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열 명예회장(전경련 부회장)은 17일 중앙일보와 만나 ‘전경련 차기 회장직을 맡을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일각의 주장”이라며 “회장직 제안을 받은 것도, 이야기를 들은 것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명예회장은 최근 전경련 회장단 회동에서 조직 쇄신 방안과 향후 운영 계획 논의 등을 이끌 혁신위원장으로 추대됐다. 재계에선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로 점쳐 왔다.
이 명예회장은 다만 전경련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전경련의 현 상황에 관해 묻자 그는 “바뀌어야 한다”라고 반복해 말했다. 혁신위원회 활동 계획에 관련해서는 “회장단 회의에서 혁신위 발족에 관해 의견 일치는 이뤘다”면서도 “아직 발족하기 전인 데다가, 세부 내용과 관련한 논의는 전혀 진전된 게 없다”고 답했다. 대학교수 등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혁신위는 다음 달 넷째 주로 예정된 회장단 총회까지 신임 회장 후보를 추천할 계획이다.
이 명예회장과 함께 차기 회장으로 거론되는 김윤 회장도 고사의 뜻을 분명히 밝혔다. 김 회장은 “최근 거론되고 있는 차기 전경련 회장직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며 “기업 경영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중앙일보에 전해 왔다. 김 회장은 전경련 내 K-ESG(환경·사회·지배구조) 얼라이언스의 의장을 맡아왔다.
허창수 회장은 지난 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회장단 회의에서 “전경련의 쇄신이 필요하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회장단은 앞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을 신임 회장으로 추천됐으나 두 사람 모두 고사했다고 한다.
허 회장은 2011년 취임해 6회 연속으로 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2017·2019·2021년 회장 임기 만료 때 연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했지만, 마땅한 후임자가 없어 계속 회장직을 유지했다. 임기는 다음 달 말까지다.
차기 전경련 회장 추대를 두고 재계 단체 간 신경전도 벌어지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을 전경련 회장으로 추대하고, 전경련과 경총이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다. 실제로 손 회장은 2021년 “경총과 통합해 힘을 키워보자고 전경련에 제안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엔 양측 모두 “황당하다”는 의견이다. 전경련은 “경총이 무리한 여론전을 벌인다”는 입장이며, 경총은 “전경련이 통합을 원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