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NBC·CNN 등서 속보 잇따라
바이든 대통령은 다음날 멕시코시티 기자회견에서 "발견 사실을 보고받은 뒤 그 사무실로 가져간(taken to) 정부 기록이 있다는 것을 알고 놀랐다"고 말했다. 주어를 쓰지 않음으로써 문서 유출에 자신이 직접 관련된 건 없다는 인상을 줬다.
하루 뒤엔 NBC뉴스가 기밀문서 두 번째 뭉치가 발견됐다고 단독 보도했다. 보도가 나온 뒤 백악관은 두 번째 문서 뭉치가 바이든의 델라웨어주 사저 차고에서 발견됐다고 시인했다. 기밀문서가 차고에 있었던 게 맞느냐는 폭스뉴스 기자 질문에 바이든 대통령은 "내 코르벳(쉐보레 스포츠카)과 함께 자물쇠로 잠긴 차고에 있었다"고 답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밀문서 반출을 "무책임하다"고 비판한 바이든도 기밀문서를 무분별하게 다룬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기 시작했다.
외부에서 발견된 문서는 현재까지 약 20건이다. 가장 민감한 정보를 의미하는 일급비밀(Top Secret)과 특수비밀정보(SCIㆍSensitive Compartmented Information) 문서가 들어 있으며, 우크라이나·이란·영국 관련 정보 메모와 브리핑 자료도 포함됐다고 CNN은 전했다.
메릭 갈랜드 법무장관은 사건 조사를 위해 로버트 허 특별검사를 임명했다. 특검은 추가로 유출된 문서가 있는지 확인하고, 문서 반출 경위, 지난 6년간 문서에 접근한 사람들과 민감 정보 유출 여부를 수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사저를 전면 수색해야 한다"(공화당 소속 마이크 로저스 전 하원 정보위원장 CNN 인터뷰)는 주장도 나왔다. 백악관은 기밀문서 6장이 사저 다른 방에서 추가로 나왔다고 14일 발표했다. 이틀 전 카린 장피에르 대변인이 "수색은 어젯밤 분명히 끝났다"고 말한 것과 배치된다.
바이든 차남 스캔들과 관련 있나
일각에서는 기밀문서가 6년간 방치됐고 사저는 코로나19 봉쇄 기간 온라인 대선 유세 베이스 캠프로 많은 사람이 드나든 공적 공간이었다는 점에서 파장이 더 커질 수도 있다고 본다. 유출된 문서 중 우크라이나 기밀 정보가 포함됐다는 점에서 바이든 대통령 차남의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연관 짓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단순 유출로 판명되고 추가 피해가 없을 경우 바이든 대통령은 법적 책임을 피할 수도 있다. 문제는 시간이다. 특검 수사가 길어질 경우 민주당 내 잠재적 대선 주자들이 움직일 수도 있다. 특검 임명으로 바이든 대통령은 법적·정치적 불확실성을 맞게 됐으며 그의 재선 도전이 현명한 일인지 민주당원들 사이 논쟁을 되살릴 수 있다고 AP통신은 전망했다.
바이든 특별검사, 공화당 지지자에 맡긴 이유
갈랜드 장관은 허 특검을 "검사로서 길고도 뛰어난 경력을 갖고 있다"면서 "연방 검사로서 법무부의 중요한 국가안보, 공직 부패 등 핵심 사건을 감독했다"고 소개했다. 허 특검은 "공정하고 공평하며 감정에 좌우되지 않는 판단"으로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1973년생으로 한국계인 허 특검은 하버드대를 거쳐 2001년 스탠퍼드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연방 제9항소법원 알렉스 코진스키 판사와 윌리엄 렌퀴스트 연방대법원장 서기로 법조계에 입문한 엘리트다. 특검을 간접적으로 경험한 점이 강점이다.
2017년 로드 로젠스타인 법무부 부장관의 최고 참모로 일하면서 로버트 뮬러 특검의 러시아 대선 개입 수사 지휘에 관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지명으로 2018년 메릴랜드주 연방검찰청 검사장에 올랐으며, 바이든 정부 출범과 함께 사임했다.
역설적으로 공화당 내 강경보수 진영에선 불만이고 민주당에선 반기는 분위기다. 바이든의 측근인 벤 카딘 상원의원(메릴랜드)은 "진정한 전문가"라고 칭찬했고, 트럼프의 최측근 인사는 "늪의 괴물(swamp monster)"이라고 비판했다. 법무부와 메릴랜드주 연방검찰청을 오가며 기밀문서 유출, 화이트칼라 범죄, 갱단·마약 등 강력사건까지 수사 및 사법 행정 경험이 두루 풍부하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