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퇴직연금 900만원 채우면 세액공제 33만원 늘어

중앙일보

입력 2023.01.14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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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연금 설계

우여곡절 끝에 2023년 예산안과 세제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연금과 관련해서도 여러 변화가 예상되는데, 어떤 변화가 있고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하나씩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새해부터 세제적격 연금계좌에 납입할 경우 적용되는 세액공제액이 늘어난다. 연금계좌는 세액공제가 있는 세제 적격과 없는 세제 비적격으로 나뉜다. 연간 납입한도는 각각 1800만원이다. 세제 적격 계좌의 경우 납입한 금액 전체에 대해서가 아니라 그 중 일정 금액까지(공제 한도), 일정 비율만큼(공제율) 세액 공제가 적용된다. 이중 공제 한도가 높아져서 세액공제액이 늘어나는 것이다.
 
세제적격 연금계좌는 다시 연금저축펀드, 연금저축보험 등 연금저축계좌와 개인형퇴직연금(IRP), 확정기여형 퇴직연금(DC) 등 퇴직연금계좌로 나뉜다. 각각의 계좌는 가입자의 소득과 연령에 따라 공제 한도가 달랐다. 기존 한도는 300만, 400만, 600만, 700만, 900만원 등으로 매우 다양하고 복잡했다. 특히 600만원과 900만원 한도는 급여소득이 1억2000만원 이하이고 나이가 50세 이상인 계층만이 대상이었다. 그러나 올해부터 연금저축계좌는 600만원까지, 퇴직연금계좌 단독 또는 합계 900만원까지 모두에게 동일한 한도가 적용된다.
 
이제는 소득이 더 많아도 나이가 더 어려도 동일한 한도가 적용된다. 그렇다고 기존 최대 한도 계층에게 변화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기존의 최대 한도는 당초 작년까지 3년간 한시적으로 적용됐던 조치였다. 따라서 세제변화가 없었다면 한도가 400만원과 700만원으로 줄어들었을 것이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렇다면, 이러한 한도 확대의 세액공제 효과는 얼마나 될까. 공제율은 기존과 동일한 16.5%(주민세 포함) 또는 13.2%가 적용되는데, 소득구간과 계좌별로 최소 26만원에서 최대 40만원 공제액이 늘어난다. 급여소득 5500만원 이하 가입자는 연간 최대 세액공제액이 116만원(이하 반올림)에서 149만원으로 33만원 늘어나는 것이다. 5500만원 초과 가입자의 경우 92만원에서 119만원으로 26만원 증가한다.


둘째 변화로는 올해부터 이른바 ‘주택 다운사이징’ 차액을 연금계좌에 추가납입할 수 있게 됐다. 고령가구가 더 싼 주택으로 이사할 경우 그 차액(1억원 한도)을 세제적격 연금계좌에 추가 납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기존에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만기 시 연금계좌로 전환하고 전환금의 10%(300만원 한도)에 대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었는데, ‘주택 다운사이징’ 차액도 연금계좌에 납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다만 고령가구 전부가 해당되는 것은 아니고 부부 중 1인이 60세 이상이고, 1주택이어야 한다.
 
주택 다운사이징은 주택연금과 더불어 부족한 노후소득을 충당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이다. 주택연금 대상은 부부 중 한 명이 55세 이상이고, 공시가격 9억원 이하의 주택이다. 이 보다 고가주택을 보유한 경우 다운사이징과 연금계좌 추가 납입, 즉시연금, 주택연금 등을 결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주택연금 대상이 9억원에서 12억원 이하로 확대되는 작업이 진행 중인 것도 감안해야 한다.
 
셋째 변화로는, 올해부터 연금계좌에서 연금 수령 시 연금소득에 대한 분리과세를 통해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됐다. 수령 연금은 납입과 운용 과정에서 세금 혜택을 받은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으로 구분되는데, 전자는 소득세법상 연금소득으로 과세 대상이고 후자는 그렇지 않다. 전자는 납입과 운용 시 세금을 내지 않았기 때문에 수령 시 소득세를 내야 하는 반면, 후자는 납입 시 이미 소득세를 냈기 매문에 이중 과세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기존에는 연금소득이 12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종합과세가 적용됐는데, 이제는 종합과세와 15% 분리과세 중에 선택할 수 있다. 연금계좌를 통한 연금소득자인 경우 국민연금이나 직역연금 또는 다른 소득이 있을 수 있는데, 이들과 합산할지 아니면 분리할지 유리한 쪽을 고를 수 있게 된다. 주민세 포함 16.5%의 분리과세가 적용된 이유는 납입 시 최대 세액공제율(16.5%)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이 유리할까. 연금소득이 1200만원 이하면 분리과세, 1200만~1400만원 이하면 종합과세, 1400만~5000만원 이하이면 차이가 없다. 5000만원을 초과하면 분리과세가 유리하다. 소득구간에 따라 이렇게 선택이 복잡한 이유는, 이번 세제개편에서 기존의 1200만~4600만원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을 1400만~5000만원으로 확대하면서 연금소득 1200만원은 그대로 뒀기 때문이다. 일종의 실수로 보인다.
 
이렇게 새해부터 적용되는 연금세제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연금 수령 이전이라면, 저축여력 범위 내에서 늘어난 연간 한도까지 납입액을 채우도록 해야 한다. 연금저축계좌에 600만원, 퇴직연금계좌에 300만원씩 채워도 되고, 퇴직연금계좌에 900만원을 모두 채워도 된다. 일단 한도까지 채운다고 생각하고 기존 또는 신규 계좌를 잘 활용하자. 어떤 계좌를 선택하든 운용 효율성을 최우선에 두자.
 
은퇴 후 연금을 수령하고 있다면, 본인의 연금계좌 소득과 다른 연금, 연금 이외 소득 등을 합산하여 어느 구간에 해당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연금소득에 대한 분리과세 여부를 선택해야 한다. 더욱이 이들 소득으로 노후생활이 부족하다면 보유 주택을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주택 다운사이징, 연금계좌, 즉시연금, 주택연금 등을 종합적으로 활용하면 윤택한 노후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배현기 (주)웰스가이드 대표. 서울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장기신용은행 연구원을 거쳐 기획예산처 등에서 근무했다. 하나금융지주에서 전략 실무를 총괄했으며,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을 역임했다. 지금은 모바일 연금자문회사 웰스가이드를 설립해 ‘좋은 사회를 위한 금융’이라는 미션을 실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