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셋이 먹고 정작 우리 돈 약 430원을 냈다고 자랑스럽게 쓴 트위터 주인은 전직 프로 장기 기사, 기리타니 히로토(桐谷広人·73). 2007년 은퇴 후 그는 유명 인사가 됐는데, ‘주주우대’ 때문이었다. 일본은 상장사들이 주주우대란 명목으로 쌀·커피 같은 상품이나 할인·상품권 등을 주는데, 기리타니는 매일 주주우대권만 사용해 화제가 됐다. ‘연금에 의존하지 않고 풍족한 노년을 보내는 방법’이라며 쓴 그의 책도 인기를 끌었다.
왜일까. 여기엔 오랜 경기 침체가 있다. 일본 정부는 금리를 제로(0)로 낮춰 시장에 돈이 돌도록 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또 있다. 낡은 제도다. 일본은 100주 단위로만 주식투자를 할 수 있는데, 이 때문에 지갑 얇은 사회초년생에겐 투자는 그림의 떡이다. 유니클로 모회사인 패스트리테일링의 최근 주가는 약 8만엔. 유니클로 주식에 투자하는 데 최소 7600만원은 있어야 한단 얘기다.
돈맥경화의 일본 경제를 살려보겠다고 나선 건 금융맨 출신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다. ‘저축 대신 투자’를 외치고 나섰다. 지난해 주식시장 구조를 재편한 데 이어 최근엔 ‘임금 인상’까지 부르짖고 있다. 물가는 껑충 뛰었는데 ‘일본만’ 오랫동안 임금이 안 올랐으니, 월급을 올려 시장에 돈이 돌도록 하자는 취지다. 화답일까. 패스트리테일링은 전 직원 최대 40% 임금 인상을 선언했다. 변화가 더딘 일본에서 벌어진 파격이다.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 기사에 이런 문장이 등장했다. ‘올해 주가 상승 사이클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닛케이는 과거 일본 주식시장 상승 사이클의 공통점이라며 이런 말도 보탰다. ‘위기 대응에 총리가 대담한 정책을 내놨다.’ ‘기시다 사이클’이 이뤄질지는 미지수지만, 그저 남의 나라 일로 보기엔 뼈아픈 말이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