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세도 복지도 손가락으로 알리는 시대. 문자 그 이상의 소통이 필요한 마지막 영역에 ‘헤어짐’이 남아있는 걸 본다. ‘적어도 이별에는 보다 성의 있는 소통이 필요하다’는 시선이 정치권에도 있다. 2018년 김병준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위원이던 전원책 변호사를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로 해촉했다. 전당대회 시기 등을 둘러싼 갈등이 이유였는데, 전 변호사가 “한국당도 드디어 문자로 모든 것을 정리했다”며 통보 방식을 문제 삼았다. 한국당 지도부는 “유선 연결이 어려운 사정 때문에 공식 발표 이전 문자로 전했다”고 해명했다. 한쪽에서 “(국무장관을 트위터로 해고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탄생했다”(박지원 전 의원)는 말이 나왔다.
지난 10일에는 나경원 저출산 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의 문자 사표로 여권이 시끄러웠다. 당대표 출마를 저울질 중인 나 부위원장이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문자로 사의를 표한 게 논란이었다. 나 위원장은 “문자와 유선 두 가지 방법으로 사의를 표명했다”고 했고, 이틀 뒤인 12일 서면 사직서 제출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친윤계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전화는 본인 아닌 측근이 이진복 정무수석에게 건 것”이라며 “장관급 인사가 문자로 사의를 표명하는 게 말이 되나. 고위공직자로서 예의가 아니다”라고 반응했다.
‘페이퍼리스(paperless·종이문서 소멸)’ ‘콜 포비아(call phobia·통화 공포) 같은 신조어 속에서 유선 연락이 얼마나 더 이별 요건으로 거론될지는 모를 일이다. 다만 불편하고, 피하고 싶은 상황일수록 성의 있는 의사전달이 필요하다는 건 일상에서도 정치에서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