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잘 모르는 ‘일본판 우유니 사막’

중앙일보

입력 2023.01.1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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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의 바다’라 불리는 일본 후쿠오카현 후쿠츠시의 미야지하마 해변. 남미 볼리비아의 ‘우유니 사막’처럼 아름다운 반영 사진을 담을 수 있다.

지난해 10월 일본 정부가 여행 규제를 크게 완화하면서, 한국인의 일본 여행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 11월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93만 명 가운데 3분의 1이 넘는 31만5400명(33.7%)이 한국인이었다. 코로나 확산 전인 2019년 같은 기간보다 여행자가 오히려 50%가량 늘었다.
 
규슈 후쿠오카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최호경씨는 “3년간 거의 손님을 받지 못했는데, 지난해 10월부터 스케줄이 꽉꽉 차고 있다”고 말했다. 1월 현재 한국∼일본 항공편은 주간 왕복 670편 수준으로 확대된 상태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의 도움을 받아 한국에는 아직 덜 알려진, 신흥 명소 위주로 후쿠오카 여행 코스를 짰다. 도심보다는 외곽으로 나갔고, 한국인이 줄 서지 않는 식당을 찾아다녔다. 현재 일본은 입국자에 대한 코로나 검사와 자가 격리 의무를 모두 해제한 상태다.
 
후쿠마~쓰야자키 3㎞ 해안길 절경


후쿠오카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우미노나카미치 해변 공원. 한겨울에도 기온이 영상권에 머무른다.

후쿠오카 겨울 여행이 좋은 건 날씨 덕이 크다. 한겨울에도 좀처럼 영하로 떨어지지 않아 야외 활동의 부담이 덜하다. 눈 덮인 설경은 없지만, 봄날처럼 포근한 겨울 바다를 누릴 수 있다.
 
후쿠오카현 북부, 기타큐슈시와 후쿠오카시 중간에 자리한 후쿠츠시는 그림 같은 해안 풍경 만으로도 가볼 만한 도시다. 후쿠마~미야지하마~쓰야자키로 이어지는 3㎞ 길이의 해안은 이른바 ‘거울의 바다’로 불린다. 썰물이 되면 바닷물이 모래 위에 얕게 펼쳐지며 파란 하늘의 반영을 담아낸다.
 
지난해 11월 24일 오후 썰물 시간에 맞춰 미야지하마 해변을 찾았는데, 현지의 연인들과 파도를 타는 몇몇 서핑족을 봤을 뿐 한국인 여행자는 보지 못했다. 다른 여행자에게 카메라를 맡기고 바다와 하늘을 독차지한 듯한 기념사진을 실컷 찍고 해변을 빠져나왔다.
 
후쿠오카시 북부에 장화 모양으로 튀어나온 ‘우미노나카미치’는 일본에서 다섯 번째로 지정된 국영공원으로, 규모가 대략 1322만㎡(약 400만평)에 이른다. 공원에 포함된 해변 길이만 6㎞가 넘는다. 어린이 놀이기구가 모인 원더월드를 비롯해 동물원, 수영장, 자연 체험관, 캠핑장 등 다양한 시설을 갖췄다.
 
공원의 역사는 기구하다. 제2차 세계대전 때는 일본 해군 기지였고, 전후에는 미국 공군 기지로 활용됐었다. “꽃으로 뒤덮인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대략 30년 세월이 걸렸다”고 가이드 이권숙씨가 설명했다. 워낙 넓어 공원을 산책하는 법이 남달랐다. 자전거 빌려 타고 공원을 누비는데도, 꼬박 1시간이 넘게 걸렸다. 마침 바람이 선선했고, 장쾌한 바다 풍경이 내내 따라다녔다.
 

사계절 꽃을 볼 수 있어 인기가 높은 노코노시마 ‘아일랜드파크’.

섬나라의 섬에도 들어갔다. 목적지는 하카타항에서 여객선을 타고 20분이면 닿는 노코노시마. 이 섬 북쪽 끄트머리에 우리의 거제도 외도처럼 섬 곳곳을 꽃으로 꾸민 정원이자 테마파크가 있었다. 49만㎡(15만평) 규모의 아일랜드파크다. 봄에 유채꽃과 벚꽃, 여름에는 해바라기, 가을에는 코스모스가 장관을 이룬다는데, 지금은 동백꽃과 국화가 정원을 수놓고 있었다. ‘오모이데도리(추억의 거리)’라 불리는 공간이 이곳의 명물이다.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 그러니까 메이지 시대와 다이쇼 시대의 건축을 재현한 장소다. 이권숙씨는 “봄이면 유카타 빌려 입고 기념사진을 찍는 일본인이 많다”고 말했다.
 
해변가엔 전망 좋은 식당·카페 줄지어
 
후쿠오카는 규슈 지방을 대표하는 미식의 고장이다. 바다와 가까워 해산물이 풍부하고, 지역 최대의 도시여서 다양한 음식 문화가 뿌리내려 있다. 맛도 맛이지만, 소위 ‘사진발’ 잘 받는 식당, 특색 있는 먹거리도 여럿 있다.
 

후쿠마 해변의 스시집 ‘우미노이로’. 바다 전망을 누리며 다양한 해산물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이를테면 ‘거울의 바다’가 펼쳐지는 후쿠마 해변 일대에는 전망 좋은 식당과 카페가 줄지어 있다. 스시집 ‘우미노이로’에서 맛본 점심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다. ‘一’자형 테이블과 창이 마주 보고 곧게 뻗은 구조여서 밥상머리 앞 풍경이 고요하면서도 역동적이었다. 눈앞에서는 요리사가 분주하고 섬세한 손길로 초밥을 만들고, 창 너머로는 파도 타는 서퍼들이 한가로이 넘실댔다. 살아 있는 전복 위에 화이트와인을 부어가며 구워 먹는 ‘활전복 스테이크’는 맛도 생김새도 일품이었다.
 

일본식 코스 요릿집 ‘아지 타케바야시’. 음식을 담는 솜씨가 매우 세밀하다.

아카사카역 인근의 ‘아지 타케바야시’는 2014년 ‘미쉐린(미슐랭) 가이드’가 처음 후쿠오카 지역을 다뤘을 때 별 하나를 내린 요릿집이다. 일본식 코스 요리 전문점으로, 오너 셰프인 타케바야시씨가 같은 자리에서 30년째 손맛을 이어오고 있다. 전통 도자기 그릇과 꽃·단풍잎 등을 활용해 음식을 연출하는 솜씨가 탁월해 음식이 나오면 아름답다는 감탄이 먼저 나온다. 예약이 필수고 계절마다 메뉴가 달라진다.
 

하카타 ‘아카초코베’의 명물 ‘주전자우동’.

하카타 중심가에 있는 ‘아카초코베’는 주전자에 담긴 우동이 인상적이었다. 주전자 안쪽에는 면을, 주둥이에는 젓가락을 꽂아서 상에 올리는데, 독특한 비주얼 때문에 호불호가 크단다. 주방에 주렁주렁 놋주전자가 매달린 풍경은 우리네 막걸릿집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면은 대창을 넣은 쯔유에 찍어 먹는데, 감칠맛이 두드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