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개봉 41일만인 80만 관객을 돌파한 일본영화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이하 오세이사)를 수입한 미디어캐슬 강상욱 대표 말이다. 블록버스터가 장악한 연말연시 극장가에서 ‘오세이사’는 마니아층을 공략한 최루성 판타지 멜로로 깜짝 흥행했다. “(관객) 20만이면 손익이 맞을 것”이라는 수입사 예측보다 4배 많은 관객이 들었다. 메가박스 실관람평에는 “네 번째 보는데 재밌으면서 슬프다” “(원작)소설을 보고 나서도 후회하지 않을 선택” 같은 글이 올라왔다. 평점(10점 만점)도 메가박스 8.8점, CGV·롯데시네마 9점대다.
배급사인 NEW 류상헌 유통전략팀 팀장은 “개봉일 좌석 판매율이 ‘아바타2’와 동일한 23.3%였다. 2주차 주말까지 90만 관객을 예측한다”며 “원작의 파급력, 완성도 높은 영화의 힘, 팬덤이 더해져 호응이 기대 이상”이라고 말했다.
‘아바타 2’ ‘탑건:매버릭’ ‘한산:용의 출현’ 같은 대작이 반드시 영화관 대형 스크린, 양질의 사운드 시스템 등으로 봐야 하는 작품으로 꼽혔다면, ‘마니아 관객이 극장에서 꼭 보고 싶은 작품’은 따로 있었다는 의미다. 정태민 메가박스 마케팅팀장은 “특정 세대, 관객층이 공감하는 콘텐트가 선전하면서 영화관 상영작도 양극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슬램덩크’처럼 ‘오세이사’도 원작이 있다. 일본 작가 이치조미사키가 제26회 전격소설대상(2019)에서 4607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미디어웍스 문고상을 수상한 동명 데뷔작이다. 강상욱 대표는 “이 소설이 한국에서 일본보다 많은 40만부 정도 팔렸다. 그래서 원작 독자층을 목표로 했다”고 밝혔다.
‘오세이사’는 할리우드 영화 ‘이터널 선샤인’(2005)과 ‘첫 키스만 50번째’(2004), 한국영화 ‘내 머릿속의 지우개’(2004) 등 기억을 소재로 한 기존 로맨스·멜로영화 흥행코드를 섞어놓은 듯한 내용이어서 관객도 친숙하다. 사고 이후 자고 나면 기억을 잊는 선행성 기억상실증이 소재. 여주인공 친구가 사랑의 목격자이자 사건에 틈틈이 개입하는 역할이다. 지고지순한 주인공 때문에 답답할 때쯤 관객이 하고픈 말을 대신 해주는 캐릭터다.
메가박스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흥행하자 ‘돌비시네마’ 전국 5개 관에서 ‘아바타2’ 대신 이 영화의 돌비 버전을 상영한다. 팬덤을 공략할 만한 오리지널 티켓, 열쇠고리, 포스터 등 다양한 굿즈도 선보인다. 오는 26일부터 다음 달 7일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 서울에서 팝업 스토어도 연다. 메가박스 코엑스점은 1990년대 SBS가 방송한 ‘슬램덩크’ TV 만화의 한국어판 주제가를 당시 가수 박상민이 직접 불러주는 특별상영도 계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