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른 집값 하락에 3년여 전 시세로 돌아간 서울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2020~21년 상승분을 반납하며 코로나19 사태 이전 시세로 회귀한 것이다. 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6단지 83㎡는 지난해 12월 19억원에 팔렸다. 지난 2021년 7월 최고가(28억5000만원)보다 10억원 가까이 낮은 금액으로, 2019년 11월 수준이다. 송파구 잠실동 레이크팰리스 59㎡도 지난달 14억원에 손바뀜했다. 직전 최고가보다 6억원 넘게 빠지며 2019년 8월 가격대까지 밀렸다. 강북 뉴타운 아파트도 상황은 비슷했다. 최근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59㎡는 직전 최고가보다 6억원 싼 11억원에 거래됐다. 2019년 7월 가격과 비슷해졌다. 동대문구 전농동 래미안크레시티 84㎡도 지난해 12월 10억5000만원에 팔려 2019년 12월 수준까지 떨어졌다.
다만 서울의 모든 아파트가 3년 전 시세로 돌아간 건 아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2017년 11월=100)는 152.6(잠정)으로, 2020년 8월(151.9) 수준이다. 2019년 12월(131.6)과는 아직 격차가 크다.
시장의 관심은 이제 서울 집값이 어느 시점 수준까지 떨어질지에 쏠려 있다. 우선 대대적인 규제 완화책이 담긴 ‘1·3 부동산 대책’이 가격 지지선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서울 집값이 2019년 수준까지 내려가려면 지난해 4분기 하락분만큼 더 떨어져야 한다”며 “정부 대책이 추가 급락을 방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규제지역 해제로 1주택자의 갈아타기 수요가 늘면서 거래 정상화가 기대된다”며 “서울 집값이 2020년 이전으로 돌아가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규제 완화 발표 후 첫 주말인 지난 7일 서울 마포·노원 등 중개업소에선 매수 문의가 늘었다. 노원구 상계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집을 살까 고민하거나, 집을 보고 간 손님이 여럿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금리 인상과 부동산 침체 여파로 집값이 2018년 4분기 수준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