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주부 김동옥씨 '동옥서재전' 열어
지난해 그가 읽은 책 209권 중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제외하고 직접 산 142권과 독서 노트 2권을 전시하는 '동옥서재전'이다. 김씨는 모든 책 첫 장에 책을 읽은 기록과 감상을 적고, 책을 일일이 꾸몄다.
2020년부터 그해 읽은 책을 이듬해 1월 한 달간 '잘 익은 언어들'에서 전시하고 있다. 올해로 3회째다.
책 전시는 '잘 익은 언어들' 이지선(48·여) 대표 제안으로 시작했다. 카피라이터인 이 대표가 책방 단골손님인 김씨와 대화를 나누다가 김씨가 책을 많이 읽는다는 것을 알고 "1월에 별로 손님도 없는데 전시나 한번 해보자"고 말한 게 계기가 됐다.
김씨는 "다른 사람이 읽은 책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 아니냐"며 "첫해 전시를 보고 많은 사람이 좋아해서 꾸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400권 구매…1년 책값만 500만원
김씨가 책을 사는 곳은 '잘 익은 언어들' 같은 동네책방이다. 현재 전주에는 물결서사(서노송동)·서점 카프카(중앙동), 책방 토닥토닥(전동) 등 10여 곳이 있다. 그는 "동네책방이 유지되려면 책을 계속 사줘야 한다"며 "예전엔 인터넷이나 대형서점에서 책을 샀는데 요즘엔 10권 살 걸 9권 사자는 생각으로 동네책방을 이용한다"고 했다.
책값도 만만치 않다. 김씨는 "지난해만 400권가량 구매했다"며 "400만~500만원을 책값으로 썼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데 돈을 쓰지 않고 모든 소비를 책 사는 데 집중한다"며 "일과가 책 읽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좋아하는 작가들이 신간을 내면 사서 보고, 책에서 언급한 책 중 관심 가는 것을 다시 찾아 읽는다"며 "독서 모임에서 다른 사람들이 재미있게 읽은 책을 같이 읽으면서 (독서 목록을) 넓혀가고 있다"고 했다.
이지선 책방 대표 "독서 노트만 봐도 감동"
김씨는 독서 노트에 책마다 제일 인상적인 한 문장과 함께 본인이 느낀 점을 적었다. 그는 『수없이 많은 바닥을 닦으며』 에선 "삶의 작은 순간에 왜 상냥할 수 없는 것일까"를 인용했다. 그러면서 "지극히 작고 하찮은 개인의 하루를 적어나가면서 그 안에 나를 담고, 이웃을 담고, 사회를 담고 있는 일기"라며 "내 일기를 돌아보며 반성하고 다짐하는 계기가 됐고, 2023년부터 내 일기가 나아가야 할 곳을 어렴풋이 안, 그러면서도 상냥함을 잃지는 말자"고 썼다.
『마이 스트레인지 보이』에선 "결국 언젠가는 내가 마주해야 할 어지러운 세계를 들여다보고 이해하고 기꺼이 받아들이게 될 그때까지 시간을 차곡차곡 모으고 있는 것 같았다", 『아버지의 해방일지』에선 "사람이 오죽하면 글겄냐?"를 발췌했다.
김씨는 두 책을 읽은 뒤 각각 "고통 앞에 '왜'라고 묻지 않기", "'오죽하면'(을) 잊지 않는다면, 세상에 이해하지 못할 것은 없지 않을까"라는 감상을 남겼다.
이 대표는 "김씨는 모든 책 앞 장에 책 기록을 정성껏 정리하고, 독서 노트엔 감상을 성실하게 적었다"며 "노트만 봐도 감동"이라고 했다. 이어 "책을 멀리하는 시대에 이런 분이 계시다는 것 자체가 감격스러운 일"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