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드라마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일본어로 니게하지)'에 출연해 연인 역할을 한 두 사람은 2021년 진짜 부부가 됐다. 결혼발표에 열도는 들썩였다. '국민 여동생'인 아라가키와 맺어진 행운아가 평범한 외모의 호시노라는 사실에 일본 청춘들은 "여성보다 키가 작은 남성도 아주 멋지다는 걸 입증했다"며 반겼다. 드라마 속 모태솔로 남성이 연애에 성공한 게 현실로도 이뤄졌기 때문이다.
사실 일본 남성 평균 키는 171.5㎝로 정점으로 찍은 뒤 작아지는 추세다.
남자 청소년(17세)의 평균 키는 지난 28년간 되레 줄어들었다. 지난해 일본 문부과학성이 발표한 17세 남성 평균 키는 170.8㎝로 1994년(170.9㎝)보다 오히려 0.1㎝ 줄었다. 첫 조사가 실시된 1948년 160.6㎝에서 1994년 정점을 찍은 뒤 17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에라는 "서구인처럼 식생활을 하면 평균 키가 금세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빗나간 지 오래"라고 전했다.
이유는 무엇일까. NHK는 성장기에 부족한 수면시간, 적은 운동량, 바깥에서 뛰어놀 기회의 감소 등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회원국 전체 평균 수면시간은 8시간 24분, 일본인은 7시간 22분으로 회원국 중 가장 짧았다.
3高 남성→자상하고 자기관리 잘하는 남성
과거 일본에서는 남성의 큰 키가 매력 요소의 하나였다. 1970~1980년대 일본에서 결혼 상대방을 고를 때 남성에는 '3고(高)'조건이 따라붙었다. 고학력, 고수입, 고신장(큰 키)이 그것이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달라졌다. "키 180㎝에 아무것도 안 하는 남자보다 키가 작아도 같이 설거지해주는 자상한 사람이 좋다"는 식이다. 단신 콤플렉스를 극복하며 살아온 남성이 상대 여성이 가진 다른 콤플렉스를 감싸주는 등 이해심이 깊을 수도 있다.
일본 여성들은 남성 키가 절대적으로 클 필요는 없고, 여성 평균 신장 수준인 160㎝보다 크면 괜찮다는 분위기라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일본에는 키가 작은 남성을 위한 의류 전문회사도 따로 있다. 남성 S 사이즈(XXS·XS·S) 전문 브랜드인 '레트로픽스'의 남성 고객은 평균 키 160㎝에 몸무게는 50㎏이다. 10대~20대 키 168㎝ 이하 남성을 타깃으로 한 패션 업체 '유나이티드 앤츠'도 인기다.
일본에서 태어날 당시 저체중인 아기 비율이 1970년 후반 5.1%에서 2007년 9.7%로 늘었고 현재도 비슷한 수준이다.
영유아·청소년 전문 의료기관인 일본 국립 성육(成育)의료연구센터의 모리사키 나호 부장은 아에라에 "임신 중에 임산부의 체중 증가를 억제하는 문화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해 저체중 신생아가 늘었다"면서 "저체중 신생아 증가가 평균 신장 감소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준 거로 보인다"고 전했다.
단, 2021년 일본 산부인과학회 권고안이 바뀌어 "작게 낳아 크게 키우자"는 임산부 체중 억제 문화가 예전보다는 심하지 않게 됐다고 한다. 아에라는 "방침 변경 이후에 태어난 아이들은 평균 신장이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