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언론 "北이용호 전 외무상 숙청"…당국 “공식 확인된 바 없어”

중앙일보

입력 2023.01.04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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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리용호 외무상이 2018년 3월 2차 북미정상회담 북측 대표단 숙소인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결렬된 데 대한 입장 등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4일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이용호 전 북한 외무상이 지난해 여름이나 가을 무렵 처형됐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또 지난해 이 전 외무상의 처형을 전후해 외무성 관계자 4~5명도 함께 처형됐다는 정보도 있다고 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들의 숙청 이유에 대해선 "분명하지 않지만 이 전 외무상을 포함해 숙청된 인물 중 다수가 영국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며 영국 대사관에서 모종의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러한 일본 언론의 보도에 대해 정부 당국은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 없다"는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2020년 4월 최고인민회의에서 (그의 전임 외무상인) 이수용과 함께 국무위원에서 해임된 것이 이 전 외무상의 마지막 공식 행보"라면서도 처형 여부에 대해선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정보당국 관계자도 "정보 사안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고만 했다. 다만 5일 국회 정보위원회가 예정돼 있어 관련 질의가 오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국이 이 전 외무상의 신변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을 자제하는 가운데 일본 언론에 의해 처형설이 제기된 인사들의 공통점인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이 관심을 받고 있다. 주영 북한 대사관은 2016년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으로 망명하기 전 공사로 근무했던 곳이다.
 
태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에 "이 전 외무상의 처형을 단정하거나 확인하기 어렵다"면서도 "2019년 하노이 노딜 이후 대미라인에선 최선희 정도만 남고 이 전 외무상을 포함한 나머지는 이미 문책을 당한 상황이고 최근 북한에선 처형은 뜸해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정말로 처형을 했다면 북한 외교관들에게 큰 심리적 동요를 일으켰을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3년전 하노이 노딜 이후 이 전 외무상의 중대한 비리 등이 발각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는다.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 대리는 이날 통화에서 "이 전 외무상은 말을 조심하고 행동도 신중하게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반당 행위에 가담했을 것 같지 않다"면서도 "만약에 정말로 처형됐다면 하노이에 대한 책임 추궁보다 이후 그가 연루된 사건이 발생했을 가능성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 당국은 북한의 주요 인사의 신변에 대해선 극도로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과거에도 북한 주요 인물과 관련한 숙청설이 제기됐다가 한참 후에 잘못된 정보로 확인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3년 8월 일부 언론은 소식통을 인용해 현송월을 포함한 북한 유명 예술인 10여명이 음란물을 제작·판매한 혐의로 공개 총살됐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현송월은 이듬해 5월 제9차 전국예술인대회에서 연설자로 등장하면서 총살설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2016년 2월엔 이영길 당시 북한군 총참모장의 처형설이 제기했지만, 추후 북한 매체가 이영길의 건재한 모습을 공개하면서 이영길 처형설 역시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 체제의 폐쇄성으로 인해 일반적인 국가와 달리 주요 사안에 대해 즉각적인 판단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이용호 외무상의 신변에 대해서도 섣부른 정치적 판단을 내리는 데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