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군대 내 괴롭힘 및 우울증으로 자살한 군인 A씨의 유족이 보험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지급 청구소송을 기각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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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의 어머니는 이후 A씨 이름으로 가입돼 있던 보험사 두 곳에 각각 7500만원과 1억50만원의 사망보험금을 청구했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자살은 약관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을 수 있는 면책사유”라며 지급을 거절했다.
1~2심과 대법원 판단을 가른 쟁점은 우울증이 있던 A씨의 사망 당시 상태를 심신미약 상태로 봐야하는지였다. 자살에 대해선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지만,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는 보험금 지급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원심은 A씨가 “적응장애·인격장애로 진단받았을 뿐 환청·환시·망상 등 의사결정능력에 의심을 가질만한 증상은 없었다”고 봤다. 또 “극단적 선택 직전까지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기재한 진술서를 작성했고, 자해는 계획과 통제력이 필요해 정신적 공황상태에서 실행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뒤집었다. A씨의 상태가 우울증을 넘어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불가능한 상태’로 인정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A씨가 부대원들로부터 받은 가혹행위는 그 정도가 매우 중했다”며 “소속 부대원들의 가혹행위로 지속적·반복적 우울증을 겪고 있었고, 이에 따른 극심한 고통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 자살했다고 인정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원심 “자살자에게 흔한 우울증”→ 대법 “감정 결과 존중해야”
법원 관계자는 “서울고법으로 사건이 돌아가면 보험사에 보험금 지급 책임이 있는지 다시 검토한 뒤 A씨 어머니의 청구액 인용 범위를 결정할 것”이라며 “청구액이 전부 인용되는 경우는 잘 없지만, 이 경우엔 청구액이 각 보험계약에 명시된 지급 최대금액 범주 안에 있어서 전부 인용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고 말했다. A씨 명의로 된 사망보험의 지급 최대액수는 각각 1억원과 2억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