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국토교통부와 환경부의 신년 업무보고를 받았다.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를 겨냥해 “과거 정부는 부동산과 환경 문제를 정치와 이념의 문제로 인식했다”며 “그렇게 되면 결국은 국민이 힘들고 고통을 받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두 부처에 “규제 부처가 아니라 민생부처라고 생각하고, 또 정치와 이념에서 출발할 것이 아니라 전문성과 과학에 기반해서 일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국토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집값이 예측 가능하게 오르고 내릴 수 있도록 어느 정도의 관리만 해야 한다”며 “우리 정부는 규제를 대폭 완화하려고 했는데, 너무 속도가 빠르면 국민께서 예측 가능한 계획을 세울 수 없기 때문에 속도를 조절해 왔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최근 금리 상승으로 인해 연착륙이 아니라 경착륙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특히 수요 측의 규제를 과감하게 속도감 있게 풀어야 될 것”이라고 했다. 급격한 부동산 침체가 실물 경기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선제적인 규제 완화가 불가피하다는 의미였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는 부동산 규제지역을 서울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와 용산구만 빼고 전면 해제한다는 내용을 포함해 대출·세제 등의 규제를 문재인 정부 이전 수준으로 완화하겠다는 내용의 업무계획을 보고했다.
윤 대통령은 환경부를 향해서는 “규제는 풀되 기술로 풀어나갈 수 있도록, 이 분야를 산업화·시장화해달라”고 주문했다. 원전에 대해 윤 대통령은 “(원자력은) 탄소 중립에 기여하는 에너지”라며 “원전 생태계를 속도감 있게 복원할 수 있도록 산업통상자원부와 잘 협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두 부처의 업무보고 마무리 발언에서도 “국토부와 환경부는 수출부서, 기술부서, 산업부서로서 힘을 합쳐 세계 최고의 친환경 인프라 건설의 통합적 기술을 육성하고 산업 생태계를 구성한 데 매진해야 한다” 고 주문했다고 대통령실 이재명 부대변인은 전했다. 윤 대통령은 “국토부가 주도해 인프라 해외 수주를 추진하는 데 있어 기술과 노하우, K-콘텐츠, 설계와 감리, 운영 등 여러 서비스가 패키지로 진출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여러 부처가 힘을 모아야 하고, 정부와 기업이 하나가 되지 않으면 우리 경제의 미래를 내다보기 어렵다” 고 말했다.
1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복합위기 돌파를 위한 수출의 중요성을 강조한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청사에서 열린 새해 첫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설비투자에 대한 세액 공제 한도를 대폭 완화하는 정부안을 보고받았다. 대통령실은 국무회의 개의 직후 “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기획재정부는 국무회의에서 국가전략기술 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대폭 확대하는 ‘반도체 등 세제 지원 강화방안’을 보고했다”고 알렸다.
국회는 지난달 23일 본회의에서 반도체 설비투자에 대한 대기업의 세액공제를 현행 6%에서 8%로 확대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의결했지만, 세액공제를 대기업 20%, 중견기업 25%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국민의힘 반도체특위 제안엔 한참 못 미쳤다. 윤 대통령은 그 이틀 뒤 “반도체 등 국가전략산업에 대한 세제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날 국무회의 직후 추경호 경제부청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반도체 등 세제지원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안에 따르면 반도체 등 전략 분야에서 신규 사업에 뛰어드는 대기업은 최대 25%의 세액공제를 받게 된다. 중소기업의 최대 세액공제율은 35%에 달한다. 다만, 정부가 내놓은 공제율 상향안이 기존 야당안을 대폭 웃도는 만큼, 향후 야당의 입장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노동·교육·연금의 3대 개혁과 관련해 윤 대통령은 “노조 회계의 투명성 강화, 건강보험제도의 정상화, 국가 보조금 관리 체계의 전면 재정비 역시 속도감 있게 추진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