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생 14명 부안 백련초, 달걀 판매로 48만 원 기부
전교생 14명인 시골 초등학교 학생들이 학교에서 키운 닭이 낳은 달걀을 판 돈을 모아 이웃돕기 성금으로 냈다. 전북 부안군 하서면에 있는 백련초등학교 이야기다.
이 학교 고동호(48) 교사는 2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아이들에겐 점심시간에 닭장에 가서 알을 꺼내는 게 제일 큰 기쁨"이라며 "닭에게 물과 모이도 주고, 닭장에서 꺼낸 달걀은 계란판에 담아 학교 1층 복도 테이블 위에 둔다"며 이같이 말했다.
2021년 13만 원 기부 이어 두 번째 선행
백련초에서 학생들이 닭을 키운 건 2020년 가을부터다. 고 교사는 "'작은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의미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동료 교사들과 협의한 결과 시골인 데다 생태 쪽으로 봤을 때 닭을 기르는 게 아이들 정서상 도움이 될 것 같아 장기 프로젝트로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백련초에는 유치원생 5명, 초등학생 9명이 다닌다. 교사는 영양교사 등을 포함해 모두 7명이다.
매·부엉이 공격에 30마리씩 없어지기도
학생들은 2021년 6~7월 교사들 도움을 받아 지붕이 있는 새로운 닭장을 만들었다. 직접 나무를 사다 페인트칠까지 했다. 비용은 학교가 댔다. 고 교사는 "아이들이 어떤 닭장을 만들 건지 고민하고, 나무를 자를 때 옆에서 잡아주고 재료도 옮겨줬다"며 "교사와 학생이 협업해 닭장마다 표지판을 만들고, 닭 이름도 지었다"고 했다.
지붕 얹은 복층식 닭장 지어…50마리 키워
고 교사는 "달걀 한 판이 채워질 때마다 아이들이 집으로 가져가거나 교직원이나 외부에서 온 손님이 한 판당 1만 원에 사 간다"며 "사육 초기엔 (달걀 30개) 한 판을 채우는 데 오래 걸렸지만, 지금은 닭이 많아져 알이 바로바로 모이는 등 안정화됐다"고 했다.
내년 하서초와 통폐합…"닭장 옮겨서라도 사업 이어갈 것"
1947년 공립학교로 문을 연 백련초는 내년에 인근 하서초와 하나로 통폐합된다. 초등학생 수가 10명이 안 돼서다. 학교 측은 학생들이 어떤 식으로든 직접 닭을 키울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 고 교사는 "올해 말쯤 두 학교 교육 구성원끼리 협의할 때 닭과 닭장을 하서초로 옮겨서라도 이 사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