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이 10%까지 내릴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지난해(7.2% 하락)보다 낙폭이 클 수 있다는 얘기다. 한문도 연세대 정경대학원 겸임교수는 “미국의 피벗(통화정책 방향 전환)이 빨라지면 집값 하락률이 3% 선에서 그치겠지만, 금리 인상 기조에 정부 정책 역효과, 미분양 급증, 건설사 연쇄 도산까지 겹치면 10% 하락도 각오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상반기에 집값이 반등하더라도 수요 부재로 다시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 중 2명은 ‘집값 상승’을 예상했다. 미국 금리 인하 가능성과 정부의 규제 완화책 시행 등이 근거다. 2~3%대 상승을 점친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상반기에 미국 물가가 잡히면 금리는 고점을 찍고 떨어질 것이고, 그땐 수요가 유입돼 집값이 반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 완화 등 주택 구매 허들을 낮추는 정부 정책이 15억원 이하 주택 매매를 촉진할 것”이라며 “완화 정책이 국회를 통과하면 1분기가 집값 바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다음 달 2주택자 취득세율을 8%에서 1~3%로, 3주택자는 12%에서 6%로 낮추는 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또 지난달부터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무주택자·1주택자)이 허용된 데 이어 규제지역 내 다주택자도 집값의 3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수도권과 지방 집값 역시 하락 전망이 우세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경기도에선 과천·성남처럼 서울에서 가까운 곳일수록 하락률이 작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사이에선 ‘집값이 고점 대비 40% 이상 조정받으면 집을 사라’는 의견이 많았지만, 매수 시점에 대해선 제각각이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권 교수는 ‘하반기 이후’를 꼽았고, 고준석 대표는 “금리 인하 전인 1분기가 적정 시점”이라고 했다. 반면 “급할 것 없다”(함영진 랩장)며 올해 말까지 시장을 지켜보라는 조언도 있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매수 타이밍을 잡는 것보다 목표 금액을 정해 싸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며 “집을 꼭 장만하려면 급급매물, 분양, 경매시장 등 세 가지 트랙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덕례 위원은 “거주 목적으로 집을 사려면 조달금리와 원리금 상환 부담을 고려해 정책 모기지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